오바마 선풍이 전국을 휩쓸고 있지만 코리안에게는 오바마 바람이 뚫지 못하는 마음의 벽이 있는 것 같다. 트럭에 치인 경험이 있는 사람은 트럭을 항상 피하게 되고 검은 점퍼 입은 사나이에게 강도당한 사람은 그런 복장을 한 사나이와 엘리베이터 안에서 맞부딪치면 가슴이 섬뜩해지는 법이다.
미주 한인들은 4.29 폭동을 통해 흑인들로부터 두드려 맞은 마음의 상처가 남아 있다. 더구나 많은 코리안들이 흑인가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당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흑인’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이 이미지가 보편화 되어 “흑인들은 못 말려”식의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더구나 한국인과 중국인은 매우 보수적이다.
사람의 마음은 감정과 이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편견이 자리 잡으면 어떤 상황을 판단할 때 감정이 앞서게 된다. 이성이 감정을 지배해야 하는데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게 된다. 그래서 편견이 무서운 것이다.
민주당 예비선거에 흥미 있는 현상이 있다. 오바마 붐이 일어나자 힐러리 지지를 철석 같이 약속했던 인사들이 오바마 쪽으로 돌아섰으나 아시안들은 변함없이 힐러리를 지지하는 의리를 보였다. 캘리포니아 예선의 경우 아시안은 3대1로 힐러리를 지지했고(CNN 집계) 뉴욕주에서는 87%, 뉴저지에서는 73%가 힐러리에게 표를 던졌다.
오바마는 흑인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통적인 흑인과는 좀 다르다. 케냐 흑인 유학생과 백인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이며 인도네시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아시안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호놀룰루의 명문 푸나호우 고교를 졸업했다. 그의 이복 여동생은 마야 소토로 엥으로 중국 남성과 결혼했으며 오바마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
오바마는 한국인들처럼 이민 2세이며 컬럼비아와 하버드를 나온 수재다. 케네디 대통령의 공보비서를 지낸 샐린저의 말을 빌리자면 “오바마는 우연히 피부가 검을 뿐”이다. 이번 선거에 출마할 때도 흑인 표를 믿고 나온 후보가 아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흑인 커뮤니티로부터 냉대를 받았었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 교단인 United Church of Christ의 독실한 신자며 힘과 부를 추구하는 기독교 보수파와는 완전히 다른 신앙을 가지고 있다. 미국이 패권국가가 아니라 존경받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정치철학이다. 오바마의 지지층은 미국의 백인 지식층과 젊은이 그리고 흑인들이며 힐러리는 백인 빈민층, 노인, 여성들 그리고 멕시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오바마와 힐러리의 지지층이 바뀐 것 같은 느낌이다.
언론과 백인 지식층은 왜 오바마를 지지하고 있는가. 지금까지 변화를 외쳐온 대통령들이 군수산업과 석유산업의 인질로 잡혀 팽창주의로 일관해 왔으나 21세기에는 미국에 근본적인 체질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오바마가 외치는 ‘변화’는 시스템의 변화다. 게임을 바꾸어보자는 논리다.
한인들은 대통령 후보의 선택 기준을 이 ‘변화’를 선택하느냐 마느냐에 두어야지 피부 색깔로 후보를 판단한다면 남부의 ‘레드 넥’이나 다름없다. 미국에 살고 있는 코리안들이 이번 선거에서 인종주의자로 비치지 않도록 후보에 대한 반대와 찬성을 감정적이 아닌 논리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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