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이 시작되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 하므로 낮에 점심을 먹고 나면 더 나른하게 느껴집니다. 안 그래도 봄이 되면 온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나른하고 이유 없이 피곤하며 졸음이 자주 오는 춘곤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봄엔 풍의 기운이 왕성해지는 계절인데 풍의 성질 중 하나가 인체의 기운을 흩뜨리고, 풍의 기운이 왕성하면 간의 기운이 활발해지면서 식욕과 소화를 담당하는 비위의 기운을 억제하게 되어 비위의 기능이 떨어지면 기운을 만들어내는 능력 또한 떨어져 피곤하고 나른한 춘곤증이 나타납니다. 춘곤증에 대한 서양의학적 전문 용어는 없지만 추운 겨울과 봄 사이 환경 변화로 인해 생체리듬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봄을 맞아 기온이 상승하면서 우리 몸의 근육이 이완돼 나른함을 느끼게 되고, 겨울 동안의 운동 부족은 몸 전체의 대사를 떨어뜨리고 원활한 혈액순환을 방해하여 뇌로 운반되는 산소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춘곤증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춘곤증은 피로감, 졸음 외에도 식욕부진, 소화불량, 현기증 등의 증세를 동반합니다. 조금 더 심할 경우 불면증이나 손발 저림 같은 증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춘곤증은 평소 소화기가 약하고 아침잠이 많은 사람, 기운이 약한 사람, 겨울철 과로가 누적된 사람, 자주 과음하는 사람, 운동이 부족한 사람,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 소화기 장애가 있거나 추위를 잘 타는 사람,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이 특히 더 많이 느끼게 됩니다.
춘곤증을 줄이려면 우선 아침밥을 꼭 먹을 것을 권합니다. 입맛이 없다고 아침을 거르거나 인스턴트 음식을 섭취하면 뇌활동을 돕는 티아민과 각종 비타민이 부족해 쉽게 피로해질 수 있고,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도 “저녁에 너무 배불리 먹지 말 것이며, 밤참을 먹는 것은 새벽밥을 먹는 것만 못하다”고 하여 조반석죽(아침은 든든하게, 저녁은 가볍게 먹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보통 춘곤증으로 나타나는 기력저하나 소화장애와 같은 증상에 한방치료로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한방에서는 그 원인으로 겨울철 신장의 기운의 약화로 봄철 간장의 기운이 왕성해지는 활동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는데 신장의 기능이란 호르몬의 작용을 포함하는 신양과 체내수분 대사 작용을 포괄하는 신음을 말합니다. 즉, 신양과 신음을 겨울동안 잘 유지하지 못하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려고 하는 봄철에 간장의 기능을 제대로 북돋울 수 없어 춘곤증이 나타나게 됩니다.
간신의 기운을 돋우고 비위의 기능을 도와주어 조화를 이루게 하여 피로를 극복하게 합니다. 혈자리에 자극을 주면 도움이 되는데, 머리 맨 위 정중앙으로 두 손을 올려 중지가 만나는 부분(백회혈)을 5~6회 가량 눌러줍니다. 두 눈 꼬리가 끝나는 부분(태양혈)을 중지를 이용해 누르면서 문질러주면 눈 주위 피로 및 충혈을 감소시켜 시원하게 해줍니다. 또 눈과 콧등이 시작하는 부위 사이(정명혈)를 가볍게 문질러주면 좋고 양 어깨 가운데에 약간 들어가는 느낌이 나는 곳(견정혈)을 가운데 손가락 세개로 눌러주어도 도움이 됩니다.
해조류에 비타민, 미네랄 등 미량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므로 끼니 때마다 다시마, 미역, 톳나물, 파래, 김 등 해조류를 곁들여 먹으면 춘곤증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되고 동시에 생선이나 두부 등과 같은 단백질의 섭취도 중요합니다.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 균형 잡힌 영양섭취로 신체리듬의 변화를 최소화하면 올 봄에는 춘곤증을 가볍게 넘길 수 있지 않을까요?
(213)487-0150
조 선 혜
<동국로얄 한의대 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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