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친구는 사람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어떤 리더인가는 사람 쓰는 것을 보면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인사가 만사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되뇌던 말이다.
10년만에 한국의 보수세력이 정권을 잡았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보통이 아니다. 더구나 그가 ‘국민을 섬기는 정부’를 표어로 내걸었고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기 때문에 첫 내각은 무엇보다 “보기에 좋았어라”가 평가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청문회에서 답변하는 장관들의 태도를 보니 “이건 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고 이명박 대통령의 사람 고르는 수준이 이 정도인가 의심이 될 정도다. 무엇보다 후보자들이 청문회에서 말하는 자세가 당당하지를 못했다. 무슨 큰 죄라도 지은 것처럼 엉성하게 대답하고 국회의원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모양새부터가 보기에 딱했다. 적격 심사하는 자리에서 “재산의 일부를 사회에 내놓을 생각이 있느냐”는 국회의원의 질문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며 여기에 후보자가 “사회 헌납을 고려해 보겠다”고 대답하는 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형성과정이 문제지 돈 있는 것이 무슨 죄인가. 재산 헌납하고 장관되란 말인가. 우문에 우답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건 747공약(7% 성장, 4만달러 소득, 세계 7위 경제대국)은 국민의 신뢰가 뒷받침 되어야 달성될 수 있는 목표다.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지도층이 모범을 보여야 하고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MB 내각은 재테크의 달인들만 모인 것 같은 인상을 풍기고 예스맨적인 소질이 강한 사람들만 모인 약체 내각의 모양새다.
법망의 구멍만 찾는 로드맵의 달인들은 고위 공직자로서는 품위가 없어 보인다. 국민들이 그런 인물들에 실망할 것이라는 것을 치밀하고 준비성 강한 이명박 대통령이 왜 몰랐을까. “기업은 융통성이고 공무원은 신뢰가 생명”이라고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수없이 말해 오지 않았는가.
국민을 섬기려면 민심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검증 시스템이 문제가 아니다. 노무현씨가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은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항상 제 나름대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말만 많고 시범이 없었다.
엊그제 영국의 해리 왕자가 아프가니스탄 최전방에서 복무도중 귀국하는 장면이 TV에 보도 되었다. 그는 언론이 자신을 영웅화하는 것을 경계하며 “나는 영웅이 아니다. 나와 함께 온 두 부상병이 진짜 영웅이다”라고 말하면서 왕위 계승자인 형 윌리엄 왕자도 공군 조종사로 최전방에 배치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국사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칭송하면서도 이를 시범 보이는 데는 약하다. 국민을 섬기려면 가진 사람과 힘 있는 사람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예를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이나 실세인 L의원이 “한나라당 국회의원 공천명단에서 나를 빼주시오”라고 나온다면 얼마나 보기 좋을까. 법적으로 하자가 있어서가 아니다. 측근이 뼈를 깎는 시범을 보이는 것이다. 대통령의 친형이나 실세가 국회에 앉아 있으면 당내에 섹트가 생기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자기 뼈를 깎는 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섬기는 정부’로 태어나려면 그리고 한국의 보수세력이 ‘꼴통보수’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힘 있고 가진 사람들부터 뭔가 자기희생을 시범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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