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전설적인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가 죽었을 때 파리 대주교는 그녀의 장례식 집전을 거부했다. 에디트 피아프의 생애가 너무나 비가톨릭적이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럴 만한 것이 그녀는 10명이 넘는 남자와 동거생활을 했고 이 가운데 두 번은 정식 결혼이었다.
그러나 에디트 피아프를 탕녀라고 부르는 프랑스인은 없다. 피아프 장례식에는 10만명의 팬들이 몰려들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파리를 해방 시켰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온 적이 없었다고 한다. 미인도 아닌 1미터56센티의 작은 키에 항상 검은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선 그녀를 프랑스인들은 왜 그렇게 사랑했을까.
넘어지지 않고 달리는 사람보다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 달리는 사람에게 더 많은 박수를 보내는 것을 우리는 ‘뚜르 드 프랑스’ 자전거 경기에서 자주 본다. 불행과 장애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날 때 인간은 매력을 지닌다.
에디트 피아프는 비참한 역경을 딛고 정상에 올라선 가수다. 빈민가에서 태어나 창녀촌에서 길러진 후 거리에서 어머니와 노래하고 아버지와 광대노릇하며 근근이 살아갔고 그녀 자신도 성장한 후 거리가수로 생계를 유지했다. 또한 윤락가의 핌프와 동거생활을 했고 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려 신문에 나는가 하면 나치의 게슈타포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파티를 열었으며 뒤로는 레지스탕스를 돕기도 했다.
물랭 루즈 출연 때에는 무명의 남자 가수를 키워 애인으로 삼았는데 이 남자 가수가 후일 ‘낙엽’을 불러 수퍼스타가 된 이브 몽탕이다. 피아프는 끊임없이 사랑하고 끊임없이 이별했다. 그녀가 정상에 올랐을 때는 세계 복싱 미들 챔피언인 마르셀 세르단과 사랑에 빠져 경기 때마다 링 앞에서 열렬히 응원해 화제의 초점이 되었다. 그러나 세르단은 피아프를 만나기 위해 유럽에서 뉴욕으로 오다가 비행기가 추락하는 비운을 겪었고 피아프는 그 충격으로 공연 도중 무대에서 쓰러져 신문의 톱뉴스를 장식하기도 했다.
불행의 문이 닫히면 다시 행복의 문이 열리고 행복의 문을 통과하면 다시 불행의 문이 열리는 끊임없는 반복이 피아프가 걸어온 길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다. 피가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피보다 진한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준 여성이 피아프다. 그녀는 노래로 수많은 돈을 벌었지만 사랑의 노예가 되는 바람에 다 날려 버렸으며 죽을 때는 빚더미에 올라 있었다.
이번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파격적으로 프랑스 여배우 마리옹 코티야르가 여우주연상을 탄 것은 ‘라비앙 로즈’에서 그녀가 맡은 에디트 피아프역을 완벽에 가까우리만치 소화해 냈기 때문이다. 뛰어난 연기력과 화장술이 돋보이는 눈물겨운 영화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코티야르가 그렇게 젊고 미인인 줄 몰랐을 것이다. 피아프의 대표적인 노래인 ‘라비앙 로즈’(장밋빛 인생)는 피아프 자신이 작사한 샹송이다. 아쉬운 점은 영화 ‘라비앙 로즈’를 미국에서는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외국 영화 취급하는 작은 극장에서 형식적으로 상영한 후 사라져 버렸다.
에디트 피아프는 가난과 역경과는 싸워 이겼지만 사랑과의 싸움에서는 실패만 계속한 비운의 여성이었다. 변하지 않는 진리는 “사람의 마음은 변한다”는 사실이라는 것을 에디트 피아프는 몰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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