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특유의 정서로 일컬어지는 ‘한’이 총체적으로 결집되어 폭발하는 대상에 자식 영어 잘하게 하고픈 열망만한 것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대다수의 국민들이 나름대로 선정한 이런저런 영어교육 책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과 돈을 쏟아 부어 왔는데 상대적으로 얻는 결과가 미미한 것이 대한민국 영어교육의 현실이었다.
오죽하면 대통령 당선자가 이문제를 해결 하겠다고 선포를 했겠는가. 하기는 CEO 대통령 입장에서 본다면 이건 아주 밑지는 장사를 뜬금없이 지속하고 있는 불량투자였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언 30년이 넘게 영어교육 관련 일을 해온 나에게 주변에서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들 하는데 정작 나의 가장 솔직하고 절실한 바람은 이왕 이렇게 영어가 교육정책의 핵심 위치에 올랐으니 이번 기회에 정말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영어교육이 자리 잡혀 모든 거품이 다 쑥 빠져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루어지려면 우선 온갖 시험을 보기 위한 영어공부를 최소로 줄여야 할 것이다. 물론 대입, 취직, 승진에 영어시험이 없어져야 이것은 가능할 것이다. 영어 능력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면 영어로 면접을 하면서 질문 사항 두세 개에 대한 답변은 그 자리에서 영어로 두세 문장 적어 내도록하거나 번역을 시켜보아도 좋을 것이다.
오늘날 영어는 비공식적 세계 공용어의 위치를 점유하고 있고 따라서 의사소통의 도구로 잘 배워 각자의 위치에서 적절히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은 뚜렷하다. 그러나 전 국민이 영어공부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 외국인을 만나면 따뜻한 미소와 함께 우리말로라도 인사를 건네던가 아니면 눈인사를 보내면 충분히 환영의 표시가 되며 그것으로 족하다.
영어를 조금 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서는 외국에 나가서나 국내에서 외국인을 마주쳤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아주 간결한 표현들을 50-100개 정도 온라인과 텔레비전, 모바일 등에서 집중적으로 제공하고 곳곳에 원어민과의 실습장을 만들어 편한 시간에 연습이 가능토록 한다면 충분할 것이다.
대신 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를 고루 다 잘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의사소통의 기초를 닦을 수 있다. 이제껏 나온 방법론 중에 영어를 써서 영어를 가르친다는 생각에는 적극 찬성한다. 그래야 머릿속에 한국어를 먼저 떠올린 다음 번역을 거치는 복합적 과정 없이 영어가 즉시 튀어 나올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단어를 달달 외워 양적으로 채우기 보다는 열 개, 스무개라도 배운 단어를 서로 조합하여 쓰는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도록 잘 짜여진 커리큘럼과 교재만 있다면 한국에서 교육받은 교사들도 일정 시간의 훈련을 거쳐 충분히 영어만을 사용하여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초, 중학교에서 영어에 든든한 기반을 닦아 준 다음에 고교에서는 영어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고 토의를 하고 정해진 시간 안에서라도 실제 쓰여지는 영어를 많이 접하고 사용하게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서울에서 매일 귀가 따갑게 영어교육 논란을 듣다 LA로 돌아오니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도대체 영어 가지고 웬 난리랍니까? 한국어 철저히 가르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교육시켜서 건강한 정체성을 가진 ‘말할 것이 있는 사람’들로 길러내는 것이 영어 보다 더 중요한 거 아닌가요?” 라는 반응을 보인다. 영어는 결국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영어를 제대로 할 줄 아는 재미한인들은 좀 더 뼈저리게 느끼기 때문일까?
김유경
Whole Wide World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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