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올바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변화를 경험한 한국의 현실을 새롭게 직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미관계연구소(Institute for Corean-American Studies)가 13일 워싱턴 DC 레이번 하원빌딩에서 개최한 동계 심포지엄에서 기조 연설을 맡은 스티븐 보스워스 전 주한미대사는 “한국은 주변국과의 정치 역학, 경제적 협력 관계, 정체성 인식 면에서 과거와 너무나 크게 달라져 있으나 아직도 두 세대 전의 인식으로 한국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스워스 전 대사는 “경제, 문화적 우월성에 대한 한국인의 자부심은 이제 새로운 차원”이라면서 “동남아, 심지어 일본 가정까지 침입한 한류의 파괴력을 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 관계에 대해서 보스워스 전 대사는 “한국은 대선을 이미 치렀지만 미국도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두 나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진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이 9.11 테러 사태,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등을 치르면서 동아시아에 필요한 만큼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대북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11개월 남짓 임기를 남겨둔 부시 행정부가 특별한 정책 변화를 시도하는 모험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스워스 대사는 북한의 핵폐기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분석을 내렸다. 그는 “북한이 전략적으로 핵을 완전히 포기할 준비가 돼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며 “최근 핵불능화 조치가 성과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주변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스워스대사는 “북한은 경제적으로도 개방할 의도도 능력도 없지만 이명박 정부가 한미 관계를 다시 회복하고 경제를 살리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라고 두 나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대북문제를 풀어가는 열쇠임을 강조했다.
한편 토론자들은 북한의 처참한 인권상황을 무시하지 말고 대북 관계에서 지렛대로 이용해야 하며 북한 주민들의 미국에 대한 신뢰가 아주 낮은 만큼 이를 먼저 되살리는 것이 북한과 보다 효과적인 외교 관계를 맺는 기초임을 지적했다.
또 주미중국대사관의 종제 류안 정무참사관은 6자회담 등과 관련한 중국의 역할을 논하는 자리에서 “중국은 북한에 어떠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다만 좋은 경제적 파트너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주한미군도 주변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CAS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인권, 안보 상황을 주제로 학술회의를 주최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번 동계 심포지엄에는 김동현 존스홉킨스대 교수, 돈 커크 ICAS 연구원, 김신자 ICAS 회장, 로버트 캐이시 연방상원의원(민주) 등이 참석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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