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에 가면 사람들이 우선 달려가는 곳이 산마르코 광장이다. 거기서 비둘기 사진 찍고 산마르코 성당을 둘러본 다음 뒷골목을 돌아다니며 샤핑가를 기웃기웃하다가 오는 것이 일반적인 관광코스다.
그러나 진짜 볼 만한 곳은 산마르코 광장 뒤에 있는 두칼레궁이다. 이곳은 역대 베니스 총독들이 집무하던 궁전인데 틴토레토가 그린 세계 최대의 그림 ‘천국’(가로 25미터, 세로 8미터) 등 진귀한 미술품들이 있고 십자군전쟁 때 출정한 군인들의 무기와 아내가 바람피울 것을 염려하여 사용했다는 정조대 등 보기 드문 생활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두칼레궁의 2층 대회의실을 지나면 감옥이 나오는데 바로 이곳이 바람둥이의 원조로 불리는 카사노바가 갇혀 있던(1756년) ‘이피옴비’ 감옥이다. 그는 “나를 이곳에 가둘 때 나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듯이 나도 동의를 구하지 않고 나가노라”라는 말을 남기고는 탈옥해 파리로 갔다. 그의 죄는 간통죄가 아니다. 연금술을 과장한 이단 죄다.
카사노바는 어떻게 여성들의 사랑을 차지했는가. 무엇이 여성들로 하여금 카사노바를 사랑하게 만들었는가. 이것은 남성들이 밸런타인스 데이에 한번쯤 연구해 볼 문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숙제다. 도배질도 기술이 있어야 하고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 데도 요령이 있어야 한다. 하물며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일에 있어서야.…
남녀 간의 사랑에 있어서도 연구와 기술이 필요하다. 사랑의 적은 증오가 아니다. 무관심이다. 카사노바는 “나는 다정다감한 편은 아니지만 여자를 사귈 때는 최대의 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정열을 지니고 있다”고 자서전에서 밝히고 있다.
정열과 관심과 칭찬(듣기 좋은 소리)-이 세 가지 무기로 카사노바는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는 평생 122명의 여성과 연애했으며 이 가운데는 수녀도 포함되어 있다. 그는 헤어지면서도 여성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은 점에서 같은 바람둥이과인 ‘돈 후안’과는 다르다. 돈 후안은 여성들에게 복수심을 일으켰으며 그래서 비참한 최후를 마치게 된다. 무엇보다 카사노바는 실재인물이지만 돈 후안은 스페인 전설에 나오는 추상인물이다. 모차르트의 ‘돈 지오반니’는 돈 후안을 주인공으로 다룬 오페라다.
“나는 여성을 사랑했다. 그러나 내가 진정 사랑한 것은 자유였다” “즐겁게 보낸 시간은 낭비가 아니다. 권태롭게 보낸 시간만이 낭비다” 등 그의 자서전 ‘나의 인생 이야기’에는 사랑에 빠진 남녀들이 새겨 볼만한 말들이 많다.
그에게는 병적인 성격의 결함이 있었다. 여성을 사랑하는 데는 능했지만 책임감이 전혀 없어 사귄지 얼마 안 되면 헤어졌다. 그래서 여성에게 쉽게 권태를 느껴 도망가는 남성 심리를 ‘카사노바 콤플렉스’라고 부른다.
인간은 음식에 굶주린 것이 아니다. 격려와 칭찬에 굶주려 있다. 사람에게는 개발되지 않은 무한한 잠재능력이 숨어 있다. 이 능력은 평소 드러나지 않다가 누구로부터 사랑을 받으면 혼이 집중되어 엄청난 파워를 생산해 내면서 초인적인 능력으로 이어진다. 카사노바는 여성들에 접근할 때 이 점을 중요시했다.
남성들이 카사노바로부터 배울 만한 것은 여성에 대한 관심과 정열이고 여성들이 카사노바를 거울로 삼아야 할 점은 어떤 남자가 카사노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가를 찾아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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