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에는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또는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
누구에게나 퍼스트 네임으로 불리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은 대중적 어필을 높이기 위해 강렬한 자신의 색채를 감추는 반면, 버락 오바마는 마음껏 카리스마를 표출하는 점이 다르지만 기실 그들은 어느 쪽이 민주당 후보가 되어 당선이 된다 해도 손색이 없을 훌륭한 자질들을 갖춘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에는 익사이팅한 공기가 감돈다.
힐러리는 너무 튀는 여자라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조용히 상원의원 임무를 열심히 수행하며 쟁점이 되는 사항에는 적당히 다수의 편에 서는 행보를 보여와 이미지를 부드럽게 만드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제는 구태의연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에 시달린다.
그러나 힐러리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아주 확연히 자신의 색채를 보이며 소신껏 일하리라 생각된다.
오바마는 우리는 하나, 미국은 레드 스테이트와 블루 스테이트가 아닌 하나의 나라이며 모두 함께 마음을 모아 진정으로 훌륭한 나라를 만들자는 주제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부시 시대 선거전의 브레인, 칼 로브에 의해 완연히 두 가지 색채와 이슈로 갈라져 버린 미국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을 느끼고 있는 미국인들이 그의 메시지에서 희망을 보는 것이다.
아마 어느 쪽이 대통령이 된다 해도 국내적으로는 미국인을 하나로 묶고, 국외적으로 골목대장처럼 행동해온 부시 행정부 덕에 실추된 미국의 위상을 되살려 국제사회에서 존중받는 리더국의 모습을 되찾는 노력을 하게 되리라 본다.
블루와 레드로 갈라진 미국에 실망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이제 양당 체제를 벗어나 당면과제들을 풀어갈 수 있는 자질을 기준으 로 대통령을 선출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지금은 활동이 주춤해졌지만 일반 국민들이 미국이 직면한 과제들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초당적인 제3의 후보를 내보내기 위해 만들어진 ‘유니티 08’ 같은 단체가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지난해 말, 온갖 혼선을 거듭하며 대통령을 선출한 직후 한국인들은 희망에 부풀은 듯 보였었다.
그러나 한 달 남짓이 지난 오늘 서울 거리의 택시 기사 아저씨들이나 그 외 여러 층의 시민들은, “글쎄요. 뭐 지금보다는 좀 나아지지 않겠어요?” 정도의 반응을 보인다. 기대치를 듬뿍 낮추어 실망도 덜 하겠다는 자세로 비춰진다.
어쩌면 이명박 당선인으로서는 다행인지도 모르겠지만, 당선 후 이제까지의 행보로 보아 큰 기대는 어렵겠다는 결론을 취임도 하기 전에 이미 내려 버린 듯한 한국인들이 내 눈에는 조금 안쓰럽게 보인다.
기실 한국에는 현재 집권당에 대응하고 그들을 견제할 야당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무리가 아니며 오히려 여당 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형상이다. 4월 총선 이후 이러한 구도는 심화되었으면 되었지 달라지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오바마가 말하는 “우리는 하나”를 이루었다는 얘긴가? 물론 그건 아니다. “정권은 바꾸어야겠으니 어쩔 수 없이 그를 찍었다”는 어느 기사 아저씨의 말이 상당수 한국인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음이 사실이니.
건국 역사는 짧아도 민주정치 경험에 있어 한국보다 훨씬 앞서 있는 미국이 실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경제 발전은 초고속으로 이룰 수 있어도 정치 발전은 단 시간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느낀다.
그리고 거기에서 한국의 희망을 본다. 차근차근 민주정치 경력을 쌓아 올려 남 부러워할 필요 없이 발전된 정치 체제를 보일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일 테니.
김유경
Whole Wide World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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