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있었지만, 어린 시절 단체로 체벌이 있을 때면 늘 뒷전에 섰던 기억이 난다.
불혹을 훌쩍 넘긴 지금도 하기 싫은 일에 당연히 게을러지고, 손해 보는 일에 여유를 갖지 못하고 크지도 않은 눈인데 여전히 겁도 많다.
딱 맞는 예를 들어서 사람들의 가슴에 담아 적용하는 데 그 따끈함이 오래가도록 전달하는 주일 우리 목사님 말씀이 생각난다.
수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어깨에 십자가를 지고 가는데 무거워서 혹은 거추장스러워서 이 사람 저 사람 자신의 편한 대로 요리 자르고 저리 토막 내어 가뿐하게 만들어서 짊어지고 가는 이, 머리에 이고 가는 이, 혹은 이동하기 편하게 바퀴처럼 굴려가면서 가는 사람이 모두 같은 길로 가고 있었다. 융통성 없고 고지식한 사람들이 끌고 가는 길고 불편하기만 한 십자가는 약삭빠른 이들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하였지만 정작 목적지에 다다르기 전 건너야 하는 강을 건널 때에 다리가 되어 줄 십자가가 없으므로 온 길이 헛되다는 말씀이었다.
에스크로를 진행하다 보면 처음부터 언급해야 하는 문제들도 있고, 미리부터 준비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리스에 있는 불리한 조항, 플러밍의 고질적인 문제들, 주변 상가의 입주 상황, 세금의 납기일, 매매 가격의 세분화, 사업장에서의 불미스러운 사고 등등….
굳이 일찍 바이어에게 알려진다고 해서 도움이 안 된다고 믿고 싶은 셀러의 마음처럼 일이 진행되지는 않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바이어의 융자가 승인될 때까지 기다리는 셀러도 있고, 셀러가 비밀(?)장부를 모두 오픈할 때까지 자신의 부끄러운 크레딧을 언급하기 싫어하는 바이어도 있다.
위생국의 허가증 갱신일이 다가오기 전에 재빨리 에스크로를 클로징하고 싶은 셀러의 마음과 가게에 배달 온 거래처 직원에게 ‘밀린 대금’ 결제 위해 에스크로 회사를 열심히 가르쳐 주는 바이어의 마음이 너무도 닮은꼴인 것이 재미있다.
약삭빠른 종업원의 정보를 듣고 괜히 혈압이 올라 에스크로를 극단으로 몰고 가는 손님도 있고, ‘사촌이 땅을 산’ 기분이 든 옆집의 지나는 말에 흔들리는 분들도 간혹 있다.
지난주에는 사업체의 매매 가격을 세금을 위해 분리해 달라는 바이어의 요청에 신중하게 대처하지 못한 셀러의 실수로 많은 분들이 시간과 금전적인 손해를 보고야 말았다.
리스권과 장비, 그리고 권리금과 라이선스 등으로 나누어져야 할 사업체의 가격을 미리 자신의 회계사와 상의를 거치지 않고 바이어에게 임의대로 정하도록 일임한 셀러가 후에 어카운트의 클로징 과정에서 전년도 자료와 맞지 않는다는 정부 기관의 지적에 덜컥 걸리고 만 것이다.
결국 원칙대로 계산되어진 세금 산출금액에 맞추어 새로운 세금 금액이 양측에 통보되었으나 이미 합의하게 지출된 세금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바이어의 주장 때문에 몽땅 셀러의 몫이 되고 만 것이다.
귀찮더라도 미리 회계사와 상의를 하였더라면 불필요한 낭비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코앞으로 닥친 라이선스 갱신 세금이 아까워 슬쩍 넘어가려던 마음에 벌금까지 가산되어 씁쓸한 마음이 더해지는 일도 있다.
그래도 별 것 아닌 고지서 때문에 정작 라이선스 수속 절차가 늦어지는 것보다는 백 배 나은 일이다. 얼떨결에 맞는 매가 훨씬 낫다는 것을 깨닫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213)365-8081
제이권<프리마 에스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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