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를 넘으면 시간의 흐름이 빠르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새해가 되면 가슴이 부풀고 희망에 찬 것이 아니라 약간 허무하고 나이 먹는 것이 두려워 진다. 이 같은 느낌은 남성보다 여성의 경우 더 심한 것 같다. “도대체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무엇을 했나”하는 후회가 머리를 스치며 삶의 질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남자 시니어들이 모이면 처음에는 한국의 정치 이야기로 시작 되다가 마지막에는 건강 이야기로 끝나기 마련이다. 누가 갑자기 쓰러졌고 몸에 어디가 이상하면 무슨 병의 증상이고 어떤 병에는 어떤 약이 좋다는 등 건강이 화제의 중심을 이룬다.
올해 UN발표에 의하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가 73.9세 여자가 80.8세로 남녀 전체의 평균수명이 77.5세로 나타나 있다. 71년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59세였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발전이다. 미국인의 77.9세와 맞먹는다. 건강관리에 대한 국민의식이 높아지고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건강관리?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나이 먹으면 건강관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시간관리다.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이 숙제를 풀지 못하면 오래 산다는 시간의 의미가 약해진다. 시간은 금이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60세가 넘으면 시간은 금값 이상이다. 시간은 자신의 생명이다. 모든 것을 돈 주고 살 수 있지만 시간은 살수 없다. 노후에 아무리 돈이 많아도 시간 구매는 불가능이다.
돈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많아도 시간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시대에서 시니어는 시간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시간은 젊은 시절의 그 시간과는 질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시간이 직장에 의해 밀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삶의 시간표를 짜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시간의 소프트웨어를 자신이 정하는 것이다.
60세가 넘으면 부의 잣대도 달라진다. 똑같이 분배된 시간을 누가 더 값있게 쓰느냐가 삶의 윤택함을 결정한다. 빈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냉면도 되고 비빔밥도 된다. 삶의 가치는 하루를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라 무엇으로 채우는 것이다.
돈 있다고 부자가 아니다.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사람이 부자다. 돈 있어도 찾아오는 사람 없고 누가 돈 꿔달라고 할 가봐 친척, 친구들과도 거리를 두고 외롭게 산다면 부자라고 할 수 있을까. 누가 자기의 돈을 남에게 맡기겠는가. 그러나 자기의 시간을 남에게 맡기고 돌보지 않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새해 결심’을 하기 마련이다. 몸무게 빼고 담배 끊는 것 등 건강관리만 관심을 가질 일이 아니라 시간 관리에도 관심을 가질 일이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77.5세인 것을 고려할 때 올해 60세가 된 사람은 자신의 삶이 대략 6,570일 남은 셈이다. 시간으로 따지면 15만8000 시간이다. 이 시간을 어떻게 하면 값있게 보낼 수 있을 까는 새해의 결심사항이 되고도 남는다.
특히 시니어에게는 시간관리가 젊었을 때의 취직 못지않은 숙제다. 어떻게 하면 조화가 되지 않고 생화로 남느냐. 어떻게 하면 향기를 지닌 꽃이 되느냐를 신년 벽두에 고민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철 고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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