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라하브라 한 샤핑센터내에서 20대 한인남성이 경찰의 총격을 받고 숨진 현장에서 수사관들이 조사를 하고 있다. 가게 왼쪽 끝으로 숨진 남성이 쓰러져 있는 것이 보인다.
20대 한인남성이 경찰의 총격의 받고 사망한 라하브라 샤핑센터내 리커스토어 외벽에 총탄자국이 나 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한 이웃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갖다놓은 화분과 양초가 바닥에 놓여 있다. <이승관 기자>
31일 라하브라 ‘무차별 발사, 공권력 과잉’논란
경관 “흉기 소지·투항 불응”
예일대학원 진학 앞두고 참변
일부 목격자 ‘경고없이 총쏴’
명문대를 졸업한 후 아이비리그 대학원 진학을 앞둔 20대 한인남성이 집 근처의 샤핑센터에서 범죄 용의자가 출몰했다는 한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무차별 총격을 받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경찰이 총격을 가하는 과정에서 숨진 한인남성이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는 일부 목격자의 진술이 확보돼 경찰의 과잉대응 여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지난 31일 오후 2시께 오렌지카운티 라하브라시내 월넛과 위티어 스트릿 코너의 한 샤핑센터에 있는 한인 운영 ‘세븐 골드 리커스토어’(545 W. Whittier Blvd.) 옆에서 이 동네에 거주해온 20대 후반의 한인남성이 경찰로부터 총격을 받고 숨졌다. 라하브라 경찰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께 시내 900 블록 월넛 스트릿에서 대량의 낙서가 발견됐다는 한 주민의 신고를 받고 순찰경관들이 출동, 낙서 용의자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용의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로부터 약 1시간 뒤인 오후 2시께 경찰은 같은 사건의 용의자가 흉기를 소지한 채 월넛과 위티어 인근 샤핑센터에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 용의자 체포를 시도하던 중 총격이 발생했다.
샤핑센터내 네일살롱에 왔다가 상황을 목격한 이웃주민 카멘 엔리케스는 “현장에 출동한 경관들이 아무런 경고도 없이 다짜고짜 쇠막대기를 들고 있던 용의자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사건발생 당시 자신의 차량 안에서 신호대기 중인 상태에서 총격을 목격한 한 백인남성은 “경찰관 3명이 현장에 출동했고 용의자에게 엎드리라고 명령했지만 상대방이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움직여 경관 2명이 용의자에게 집중사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한 OC 지역 신문은 경관들이 한인남성에게 10여발의 총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오렌지카운티 검찰은 경찰이 총격을 가하게 된 경위를 조사 중이다.
라하브라 경찰국의 탐 더튼 루테넌트는 “용의자가 현장에 출동한 경관들에게 맞서는 바람에 최소 한발의 총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숨진 남성이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밝혔으나 어떤 흉기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총격을 가한 경관은 검찰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유급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사망한 한인남성의 아버지는 사건당일 밤 아들이 총에 맞아 숨진 현장을 방문해 리커스토어 업주와 잠시 대화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주 김모씨는 “피해자의 아버지가 아들이 UCLA를 졸업하고 예일대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또 “사망한 청년은 착실하게 보였고 가끔씩 집에서 가게까지 걸어와 물건을 구입하곤 했다”고 말했다.
<구성훈 · 심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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