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고객인 K여사께서 오는 날이면 2~3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려 파킹 요금이 기절할 만큼 나와 버린다.
7년 전 대형 마켓을 꿈꾸며 구입한 1만5,000스퀘어피트가 넘는 마켓이 매상의 격하와 여러 가지 악재로 인생의 가장 어려운 시간을 겪게 되었다.
건물주의 재개발 통보로 하루아침에 모든 재산을 송두리째 포기해야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사람이 이렇게 해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부모의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저희들끼리 잘 자라준 두 자녀들이 유일한 기쁨이고 희망이었다고.
빚 독촉에 생활비에 그리고 아이들 학비까지 모든 것에 부족한 생활 속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친지들과 가까운 친구들이 가져다준 마음의 상처라는 말도 했다.
전화만 해도 바쁜 척하고, 집에 찾아가면 차는 보이는데 사람이 없고, 가게의 심지어 종업원에게까지도 냉대를 받으면서 주의의 모든 사람들이 다 떠나간 공허함으로 괴로웠다는 말을 할 때에는 늘 눈물이 글썽이곤 했다.
사실 동창회원의 심부름으로 간 것이건만 뭐 ‘돈 꿔달라고 할까봐…’ 아니면 ‘부탁이라도 하려나’해서 아이들까지 피하는 것을 보면서 피가 나도록 이가 갈렸다는 말에 필자도 목이 막혔다.
자식을 키우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나는 못 먹어도, 좀 헐벗어도 자식이 어디서 뒤처지는 것은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다.
그러던 K여사께서 밀렸던 복을 한꺼번에 받는 일이 생겼다.
배우자의 사별로 혼자 가게를 운영할 수 없는 미망인의 가게를 인수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시작한 가게가 ‘대박’이 난 것이다.
밀려드는 손님을 받기에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이, 저녁이면 돈 세는 맛에 식사를 잊는 적도 있어서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루에도 몇 번씩 팔을 꼬집어본다고 하는 K여사님을 뵈면 ‘인생역전’이 있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힘들었지만 지난 마켓에서 많은 것을 배웠기에 어느 것 하나 힘든 것이 없고 머리위에 있는 직원도 없다.
모두를 컨트롤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자신이 무엇보다 대견하고 신기하다고 하는 모습이 어린아이 모습 그대로다.
우리 목사님 말씀이 복이 오는 방법중에는 ‘시련의 가면을 쓰고 복이 온다’는 것이다. 너무 멋지고 감동적인 말씀이 아닌가!
속담에 ‘비 온 뒤 땅이 단단해 진다’라든지 ‘젊어 고생 사서 한다’고 아무리 사람들이 하기 좋은 말로 하지만 남의 일에 말로 하기는 쉬워도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의연하게 넘기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성공한 뒤에는 당당하게 어린 시절 혹은 지난날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지만 지금 현실로 겪고 있는 어려움에 가슴보다 머리로 풀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에스크로에 오는 많은 분들 중에는 역경을 딛고 성공한 분들도 있고 현재의 어려움으로 고통 받는 분들도 있다.
과거형이든 현재형이든 세월이 지나면 모두 추억이 되겠지만 늘 과거보다는 지금의 형벌이 더 독하게 느껴지는 법이 아닌가.
2007년도에는 서브 프라임 사태에다 달러화의 약세 그리고 분위기를 타는 부동산의 침체로 많은 분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변동 융자가 올라서 페이먼트가 높아서 힘들고, 융자가 어려워져 주택을 구입하기 힘들어져서 힘들고, 셀러는 이전의 환상에서 깨어나지를 못해 괴롭고 바이어는 괜한 기대감으로 투자를 꺼리니 난감이다.
그래도 언제나 꼭 사야하는 바이어는 있게 마련이고 팔고 싶은 셀러는 준비가 되어 있으니 진심을 통하고 정성을 다한다면 어려울 일도 없다고 본다.
지난 80년대 그리고 90년대에도 경기의 침체는 있었다. 그리고 그 혹독한 경기의 바람에도 부를 축적하는 분들은 있었고 이익은 발생했다.
남들 잘할 때 잘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어려운 때, 남다른 노력으로 빛을 발하기란 어려운 일이나 더욱 값지다.
2008년 새해가 모든 분들에게 도전해 볼만한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jae@primaescrow.com
(213)365-8081
제이 권
<프리마 에스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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