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이 가고 있다. 시간의 속도가 나이에 비례해서 빨라진다는 말처럼 한 해 한 해가 걷잡을 수 없이 지나가는 것만 같다. 연말이 되면 선물도 사야 하고, 가계부 점검도 해야 하고, 내년에는 더 열심히 살아야지 생각도 하게 된다. 후회하기보다는 내일을 준비하는 게 더 급해지는 시점이기 때문일까.
지난 10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미래에 피해야 할 직업 10가지를 소개했다. 이 직업들은 2004~2014년 미국 전체 평균 성장률에 한참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 직업들로 1위가 라디오 아나운서, 그 다음이 이코노미스트, 언론인, 보험사 직원, 여행사 직원, 공무원, 컴퓨터 프로그래머, 농부 어부, 그리고 보석세공사가 10위이다.
여기 든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철렁하는 뉴스일지 모르지만, 대개는 세상이 변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라며 수긍이 되는 뉴스일 것이다. 라디오가 사양 산업이라는 얘기는 이미 10년 전에도 나왔고 인터넷 속도가 언론인 수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예측도 있어 왔다. 종이로 된 신문보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게 사실이니.
보험사나 여행사도 온라인 상품이 증가하면서 이미 예상된 흐름이다. 새롭지도 뜻밖의 뉴스도 아닌 것이다. 이러한 뉴스에 귀를 쫑긋 세울 사람들은 지금 취업을 준비하거나 진로를 정하는 젊은이들이다. 앞으로 공부를 하고자 하는 분야가 이왕이면 잘 나가는 쪽이면 보다 힘이 날 테니까.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분야가 앞으로 쇠퇴할 직업군에 있다고 해서 그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쇠퇴할 직업군이라도 어디서나 필요는 있고, 또 다른 분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언제나 일터는 없고 인재는 부족하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최고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항상 열린다.
한 때 한국에서 인기 직장에 ‘광고회사’가 들었다. 그때부터 한국에는 광고학원이 생기고, 학교마다 광고 서클이 만들어졌다. 만나는 사람마다 ‘광고하면 재밌겠다’‘연예인 많이 만나요?’물어보고, 신기해하고, 거의 준 연예인 취급까지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오래 살아남는 소수의 몇 명만 광고회사의 윗자리로 올라갔고, 많은 사람들이 중도에 광고를 떠나고는 했다.
중요한 것은 진심으로 내가 그 일을 오늘 즐길 수 있으냐, 그래서 내일도 할 수 있느냐 이다. 한 때 인기였던 광고라는 직업이 쇠퇴하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이 일을 하고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 일을 하고 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세상이 이 일이 이제 별 볼일 없다고 한다고 때려치우기엔 너무 아쉽지 않은가? 남이 뭐라든 한번 해보자, 오늘, 한번 제대로 살아보자는 배짱과 끈기가 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너무 한가한 소리인가? 그렇지 않다. 내가 지금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내년에 내 직업이 쇠퇴하는 군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설사 그렇다 해도, 엄마이고 가족이라는 역할에서 만큼은 쇠퇴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8년도 실은 오늘이 있기에 예정된 미래인 만큼,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이 우선은 중요하다. 2007년이 다 가고 있고 올 해 아쉬운 일들이 많았다고 해도, 남은 시간이라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 자녀이고 부모이고 이웃이라는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연말에 감사하며 2008년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정민
텐 커뮤니케이션스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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