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촛불이다. 촛불들은 대부분이 제단 앞에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도 예외가 아니다. 제단 앞에 초에 불을 붙여 놓아두는 곳이 있다.
거기에 켜진 촛불들은 방문객들이 자신의 기원을 담아 바친 것이라고 한다. 그 기원이 불꽃으로 승화되어 절대자에게 이르리라는 믿음과 함께. 촛불 하나하나에는 이처럼 진심어린 기원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성당의 촛불만이 아니다. 촛불은 언제나 일반인의 생활에서도 신성한 곳에 자리한다. 촛불은 서정적 분위기를 가져온다.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락감을 느끼게하고 때로는 숙연한 분위기도 연출한다.
그 촛불이 요즘 한국에서는 아무 때나, 아무데서나 켜진다. 시위를 벌인다. 집회를 연다. 추도의 집회가 아니다. 정치적 시위다. 들려오는 구호가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의.
그런 데서도 반드시 켜지고 손에 들려지는 것이 있다. 촛불이다. 미군장갑차에 여중생이 치여 사망한 사건이 그 효시다. 이후 촛불은 신성한 장소, 신성한 목적이 아닌, 정치 현장의 액세서리로 전락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촛불이 무슨 죄가 있는가. 아무 때나 촛불을 들지 말라.” 한국의 촛불정치의 한 몫을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노당을 말하는 것이다. 그 민노당이 촛불집회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BBK 수사 발표가 거대한 음모라는 거다. 정치검찰과 부패공화국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기 위해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나섰다. 수만, 수십만의 애국시민들이 모여 부패세력의 집권을 저지하자는 구호와 함께. 그 와중에 국제 금융 사기범은 민주인사로 둔갑했고.
하기야 촛불로 탄생한 정권이 노무현정권이다. 촛불시위로 대통령선거에서 이겼다. 촛불시위로 탄핵 위기에서 벗어났고 다수당 위치도 차지하게 됐다. 그러니 그 촛불에의 추억을 버리지 못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 촛불대회에 모였나. 정동영 캠프와 민주신당의 동원력을 풀가동했다고 한다. 참석자는 그런데 5,000여명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20만이 모였던 과거의 촛불집회와 비교하면 실로 금석지감이 든다는 게 한 시민의 전언이다.
그래서 보다 못해 민노당도 일침을 가했다는 것이다. 아무 때나 촛불을 들지 말라고.
촛불정치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이번에는 이명박 지지자들이 나섰다. 이회창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라는 걸 개최한다는 것이다.
촛불이 이제는 정치 코미디의 소도구로 전락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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