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올림픽, 정몽준-월드컵 이어 정몽구-엑스포 유치 일등공신
올림픽에서 월드컵, 그리고 엑스포까지.
현대가(家)가 마침내 ‘트리플 크라운’에 성공했다. 세계 3대이벤트의 유치 뒤에는 현대가 3부자(父子)의 발과 힘이 있었다. 민간외교에서도 통한 이 현대가 특유의 뚝심과 추진력이 이제 경제계 안팎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현대가의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 도전은 1981년 시작된다.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당시 88서울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 나서 ‘독일 바덴바덴의 기적’을 일궈냈다. 정 명예회장이 중심이 된 경제인들의 유치성공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결과였다. 일찍 유치에 뛰어든 일본 나고야는 서울에 25차 뒤진 27를 얻는데 그쳤다.
그로부터 15년 뒤, 이번에는 아들 정몽준 의원이 월드컵 유치에 뛰어들었다. 정 의원 역시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과,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 2002 한일 월드컵 유치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한국이 월드컵 4강 신화까지 가는데도 그의 숨은 공은 컸다.
현대가의 파워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99년 정몽구 현대ㆍ기아차회장은 2010 여수엑스포 유치위원장을 맡아 그룹의 인적ㆍ물적 자원을 총동원했다.
그러나 2년 넘게 진행된 유치전에서 여수는 중국 상하이에 고배를 마셔야 했다. 5년을 절치부심하던 정 회장은 올 8월 명예 유치위원장으로 복귀해 유치전에 재시동을 걸었다.
그룹 전체가 엑스포 유치를 위한 비상체제로 전환되고, 세계박람회기구(BIE)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에는 연락사무소가 개설됐다.
직접 현장을 확인해야 성에 차는 정 회장은 지난 6개월 동안 지구를 세 바퀴 도는 13만km의 대장정을 강행했다. 그는 캐나다 터키 중미 등 10여개국을 찾아가 150여명의 고위급 인사에게 여수지지를 요청했다.
특히 결선투표에서 표심을 잡기 위해 현지공장까지 ‘선물’하며 동유럽과 러시아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를 앞두고는 70여개국 해외 딜러망을 파리로 집결시켜 자국 BIE대표들을 1대 1 밀착 마크토록 했다.
정 회장의 트리플 크라운 성공 덕분에 한국은 세계에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거듭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88서울올림픽이 변방의 한국을 세계무대에 등장시키는 데뷔 무대였다면, 2002월드컵은 외환위기를 딛고 일어선 한국의 저력을 세계에 드높인 대형 이벤트였다. 여수엑스포는 선진화된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로 평가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주변에선 “선친의 뒤를 이어 국가대사의 유치에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정 회장의 감회가 남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정 회장으로선 현대차 비자금사건을 담당한 항소심 재판부에게도 마음의 빚을 덜게 됐다.
9월 재판부는 정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전력을 다해 꼭 유치해달라. 이것도 판결에 고려했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러나 막상 정 회장은 유치성공 이후 파리에서 본사에 전화를 걸어 “민ㆍ관이 합작한 유치전에서 자칫 일등공신으로 과장 보도되지 않게 신중을 기해달라”고 주문하는 등 ‘겸손한’ 행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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