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BBK의 실소유주는 이명박”이라든가 “이면계약서에 찍힌 도장이 이 후보의 것이 맞다”는 등의 폭탄성 발표를 하면 어떻게 될까. 이명박 지지율은 곤두박질해 33%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33%라는 숫자는 이번 선거에서 이명박의 마지노선으로 알려져 있다.
추락에는 가속도가 붙는 법이다. 때문에 지지율이 33%이하로 떨어지면 이명박 후보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어제 MBC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지지율이 34.7%로 떨어져 한나라당을 긴장 시키고 있다.
이번 대선은 검찰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 비정상적인 선거다. 검찰이 이명박 후보의 혐의를 인정하면 대선전에 기소할 수도 있다. 그러는 날에는 이 후보는 끝장이다. 그러나 검찰이 그럴 용기는 없을 것이고 두리 뭉실 이명박 후보가 부분적으로만 BBK와 관련 있는 것 처럼 발표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후보의 지지율은 하강곡선을 그릴 것이다. 이명박의 마지노선이 깨질지도 모른다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가장 희색이 만면한 측은 이회창 캠프 사람들이다. 이번 대선은 이상하게도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의 대결이 아니라 보수와 보수의 대결로 가고 있다. ‘이명박 대 정동영’이 아니라 ‘이명박 대 이회창’의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이회창의 출마로 보수표가 갈려도 정동영이나 문국현 후보는 안된다는 것이 이회창 진영의 분석이다. 더구나 박근혜씨의 팬클럽인 ‘박사모’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해 선거기류가 묘해지고 있다. 박사모는 이명박 후보를 ‘걸어 다니는 부정의혹의 백과사전’이 라고 까지 표현하고 있다.
지역구도가 맥을 못 추고 있는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정동영후보가 호남출신인데도 전주지방을 제외한 전남에서는 지지열기가 미미하다. 이는 정후보가 DJ의 전통세력인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만든데 대한 호남인들의 배신감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정후보는 범여권 통합은커녕 신당 내 지휘도 힘에 벅차 그의 리더십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선거에는 운도 따른다. 이명박 후보가 결정타를 얻어맞고 휘청거릴 때마다 다른 사건이 터져 그를 위기에서 구해주고 있다. 도곡동 땅 소유문제로 결정타를 얻어맞고 박근혜 전대표에게 리드를 빼앗길 무렵 아프가니스탄 샘물교회 신자 납치사건이 일어났고 김경준 사건으로 치명타를 입으려는 순간 김용철 변호사의 연이은 삼성 비자금 조성 폭로와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법 수용발표가 나와 또 한고비를 넘기고 있다.
정치적 약속을 깬 이회창 후보의 비도덕성을 이해 해줄 것인가, 아니면 정직성을 의심받는 이명박 후보의 비도덕성을 눈감아 줄 것인가. 보수세력 지지자들이 이 둘 중에 어느 것을 택하느냐에 따라 막판 선거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명박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대통령 선거보다 내년 봄의 국회의원 및 지방선거 등 총선거를 더 의식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것도 문제다.
이번 선거에서 ‘DJ’와 ‘노무현’의 입김은 거의 먹혀들어 가지 않는 것 같다. 진보세력 후보들은 저마다 노무현 색깔빼기에 정신이 없다. 보수가 보수를 공격하고 진보가 진보에게 상처를 입히는 자해성 가득한 이상한 선거다.
<서울에서>
이철 고 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