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날들’
환상적 영상에 로맨틱 비극 담은 아름다운 영화
지극히 과작인 테렌스 맬릭 감독이 1978년에 만든 자신의 두번째 영화로 자연의 경외 속에서 정수되는 로맨틱한 비극이다. 그의 데뷔작으로 마틴 신과 시시 스페이섹이 나온 ‘배드랜즈’(1973)처럼 미국의 시골을 배경으로 한 도주하는 한 쌍의 얘기다.
이 영화는 특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포착한 거장 촬영감독으로 이 영화로 오스카상을 받은 네스토 알멘드로스의 촬영이 살아 숨 쉬는 서정시를 연상케 하는 명화다. 영화사상 가장 아름다운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카고 철공장 근로자인 빌(리처드 기어)은 자기 상사와 싸우다 사고로 살인을 저지른다. 빌은 어린 여동생 린다와 연인 애비(브룩 애담즈)와 함께 도주, 텍사스의 밀밭에 도착한다. 이 밀농장은 건강이 안 좋은 과묵한 농부(샘 셰파드)의 소유로 빌과 빌의 여동생으로 신분을 위장한 애비는 친절한 농장주인의 배려로 밀밭에서 일하게 된 다. 그런데 농장 주인이 애비를 사랑하게 되면서 비극적 삼각관계가 맺어진다.
플롯은 질서정연치가 않지만 신비하고 저 세상적인 마력으로 보는 사람을 잡아끄는 힘 있는 작품으로 거의 희랍 비극적 강렬성을 지녔다. 삼각관계 당사자들의 억제된 정열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가운데 성서를 연상케 하는 밀밭을 가득 메운 메뚜기 떼와 지옥 불처럼 타들어가는 밀밭 등이 마치 천국을 집어삼키는 지옥의 대화를 연상시킨다.
호보들이 지붕 위까지 올라탄 다리 위를 달리는 기차를 원경으로 찍은 촬영 외에도 이 영화는 장면 하나 하나가 완벽한 사진작가의 작품과도 같다. 엔이오. 모리코네(‘황야의 무법자’)의 귀기 서린 음악과 함께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의 음악을 사용한 사운드 트랙을 비롯해 세트디자인과 의상 등도 모두 훌륭하다.
특히 황혼과 밤이 시작되는 사이의 짧은 순간을 찍은 촬영은 숨이 막힐 정도로 황홀하다. 맬릭은 철학을 전공한 뒤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는데 60년대 말 AFI를 졸업했다. 그는 이 영화 후 20년만에 ‘신 레드 라인’(1998)을 연출했고 그 뒤 최근작은 ‘신세계’(2005)다. Criterion은 복원된 필름으로 DVD를 출시했다. 40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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