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가 100달러(배럴 당)선을 달리고 있고 개솔린 값이 계속 치솟으니 차를 작은 것으로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갤런 당 60마일 나간다는 도요타의 프리우스를 탈까 하고 딜러에 가서 기웃기웃해 보았는데 디자인이 너무 젊은이들을 위한 것이라 내 나이에 그 차를 타기는 좀 그렇다.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왜 프리우스와 같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들어내지 못할까. 미국이 자동차 왕국인 것을 고려한다면 지금쯤 수십 종류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시장에 나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한심할 뿐이다. GM의 자동차 연구비는 1년에 66억달러로 도요타의 몇 배다. 포드도 연구비가 크다. 그런데 왜 도요타에 시장을 점령당했을까. 미국은 경제적인 소형차를 안 만들어내는 것일까, 못 만들어내는 것일까.
안 만들어내는 것이다. 왜? 작은 차는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작은 차는 싸니까 이익의 폭도 작다. 이익을 못 올리면 주식 값이 떨어지고 주식이 오르지 않으면 CEO가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몇 년 후 어떻게 되든 지금 당장 이익을 내는 CEO가 유능한 사람이다. 그것이 디트로이트의 DNA다.
도요타가 소형차를 부지런히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이 GM과 포드는 SUV와 익스플로러 같은 대형차 개발에 몰두해 엄청난 이익을 남겼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 유전을 점령하면 개솔린 값은 더 떨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SUV는 더 팔릴 것이고…
그러나 정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개솔린 가격이 치솟아 미국제 차들이 안 팔리고 도요타가 생산량에서 GM을 추월해 세계 1위가 되는가 하면 포드는 1년 사이 주가가 36%나 떨어졌다. 지금 포드는 차 한 대 만들 때마다 258달러씩 손해 보는데 비해 도요타는 한 대 팔면 1,698달러의 이익을 남긴다고 한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는 없어서 못 팔고 한 푼도 깎아주지 않는다. 포드나 GM 딜러에 가면 “차를 사는 분에게 1년 동안 개스비를 딜러에서 부담하겠음”이라는 사인이 나붙어 있다.
도요타는 왜 싸고 튼튼할까. 미국이나 유럽의 회사들이 도요타식 생산과정을 흉내 내지만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회사의 DNA가 다르기 때문이다. 도요타에는 도요타 생산방식(TPS)이라는 것이 있다. 70년대의 공장장 오노 다이이치가 개발한 시스템으로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싸게 만든다”는 원칙이다.
이를 실천하려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수시로 파악해 즉각 공장에 대입시킬 수 있어야 하며 간부가 아닌 사원들의 의견이 우선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윗사람의 지시만 따르는 복종체제가 아니라 말단 직원이 창의력과 재량권을 갖고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도요타에는 노사분쟁이 없다. GM차에는 퇴직 직원을 위한 의료보험료가 한 대당 930달러, 포드는 560달러나 포함되는데 비해 도요타는 110달러에 불과하다. 원가에서부터 다르다. 그러니까 도요타는 튼튼하면서 싼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회사의 DNA가 다르다. 미국 자동차가 도요타를 이기려면 회사의 DNA를 바꾸어야 한다. 웅장하지만 느릿느릿한 현재의 항공모함식 체제에서 탈피,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구축함 체제로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이 철 / 고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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