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격이 배럴당(42갤런) 100달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차 석유파동이 일어나려나?
73년 10월21일 - 제1차 석유파동이 일어났을 때 TV에 보도된 미국의 거리 광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하루아침 사이 개솔린 값이 갤런당 36센트에서 60센트로 뛰어 주유소마다 차들이 몇 블럭씩 줄을 이어 1시간씩 기다리고는 했다.
1차 석유파동 이전에는 이른바 7공주로 불리는 미국의 석유재벌들이 부르는 대로 석유가격이 결정되었었다. 바이어에게는 “너 아니면 없을 줄 알아, 얼마든지 깔려 있어”식의 마켓이었고 셀러들은 “제발 우리 석유를 사 주십시오”하고 저자세를 취했었다.
리비아에 진출해 있던 미 석유회사 옥시덴탈이 평소 현지 근로자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해 극도의 반감을 사던 중 69년 카다피의 군사혁명이 일어나 이드리 왕이 쫓겨나면서부터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카다피는 모든 석유시설을 국유화하고 옥시덴탈을 쫓아내버렸다. 그는 미국 업자들의 수입 거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석유 생산량을 감축하고 가격을 올려 중동 산유국들의 눈을 뜨게 했다. 아랍 산유국들은 석유를 무기화하여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중지를 요구하며 가격을 올리고 공급을 줄였다. 이것이 73년의 제1차 석유파동이다.
이때 OPEC이 올린 가격은 배럴당 5달러에서 15달러. 그 후 이란에 호메이니 혁명이 일어나면서 1979년 2차 석유파동이 발생, 배럴당 18달러가 되었다.
미국이 이라크에 쳐들어간 이유가 석유시장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라크전 직전까지는 배럴당 25~30달러였었다. 이상한 것은 미군이 유전을 점령 했는데도 정세 불안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다. 부시나 체니가 석유업자 출신이고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은 오늘의 사태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
이번에 석유파동이 일어난다면 1, 2차 때와는 모양이 전혀 다르다. 공급부족 파동이 아니다. 가격 인상으로 인한 경제 파동이다. 개솔린을 사지 못해 줄을 서는 것이 아니라 개솔린 가격이 너무 치솟아 주식시장이 흔들리고 이에 따라 경제침체 또는 경제공황이 올까 봐 세계가 걱정인 것이다.
파동이 일어날 때마다 서민들은 죽을 지경인데 미국의 석유업자들은 그때마다 더 돈을 번다. 석유 재벌들은 고생하며 석유를 생산할 필요가 없다. 팔기만 해도 돈을 버는 세상이 된 것이다. 왜냐하면 중동에서 수입하는 것은 원유이고 이 원유가 텍사스에서 정유과정을 거쳐 개솔린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미 석유업자들이 가격 인상에 굉장히 영향을 미친다.
석탄시대에서 석유시대를 유도하는데 앞장 선 것이 미국이다. 그리고 석유시장의 제왕 노릇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석유의 제왕은 지금 석유의 노예로 전락했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미 국민들이 소비혁명을 일으키는 수밖에 없다. 유럽인들처럼 지하철로 통근하며 마을에서는 자전거 타고 꼭 필요할 때는 작은 차를 사용하는 등의 소비생활 혁명이다. 미국의 쌀값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데 개솔린 값은 10배가 뛰었으니 소비자들이 이젠 석유업자들에게 뭔가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철 / 고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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