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조금 불편해도 잘 지내다가 갑자기 대변을 보면서 출혈이 많이 생기면 아주 큰 병이 생긴 줄 알고 겁에 질려 문의하시는 환자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출혈이 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항문에서 나오는 밝고 선명한 출혈은 대부분 항문 근처 치핵(치질)이나, 치열로서 나는 출혈이기 때문인데 넘어지거나 긁혀서 상처가 나면 피가 흐르듯이 항문 주위 혈관들이 터지면서 출혈이 생기고, 다른 질환으로 생기는 출혈은 주로 항문보다 훨씬 위쪽에서 장내에 머물러 있다가 나오는 출혈로 색깔이 검붉고 탁한 느낌이 있습니디. 이는 대장암이나 위장관의 점막에서 일어난 출혈로 반드시 전문의사의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항문에서 보이는 출혈은 가장 흔한 원인이 항문점막 안쪽에 혈관들의 다발이 늘어져서 생기는 치핵으로, 일종의 항문에 생기는 정맥류인 셈입니다. 치질은 항문 안팎의 질환을 통칭하는데 근육이나 혈관이 항문 밖으로 밀려 나오는 ‘치핵’, 항문이 찢어져 피가 나는 ‘치열’, 항문 주위에 고름이 생기는 ‘치루’ 등으로 임상에서 크게 나누는데, 그러나 보통 치질이라고 하면 70% 정도가 치핵을 가리킵니다. 이런 치핵은 내치핵(암치질), 외치핵(수치질)으로 나누어집니다. 암치질은 출혈이 가장 흔한 증상이고 수치질은 통증이 가장 흔한 증상입니다.
초기 치질인 경우는 흔히 잘 아는 온수 좌욕이 가장 좋은 방법이며 증상 완화에 아주 좋습니다. 치핵은 유전적으로 혈관벽이 약한 사람, 장시간 직립 상태로 일하는 직업인에게 흔히 발생하고, 임신, 대변을 참거나 운동량의 부족, 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경우에서 많이 생기고, 또한 변비와 설사가 계속되면 배변 때마다 복압이 과도하게 상승하며 배변시간이 길어져 항문정맥이 이완되어 치핵이 생깁니다. 변기에 장시간 앉아 신문이나 책을 보는 나쁜 배변습관이 있을 때도 항문정맥이 이완되어 치핵이 생깁니다.
치질을 예방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몇 가지 사항들이 있습니다. 우선 대변을 본 후에는 반드시 따뜻한 물로 씻어 청결하게 하고 변비가 심하면 고섬유식, 즉 채식을 주로 많이 하여 대변을 부드럽게 하고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하여 대변이 장에 머물러 있는 시간을 단축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물, 주스 등을 많이 먹는 것이 좋은데, 이 방법도 변비 예방에 도움이 되며 적당량의 운동은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도와주므로 치질을 예방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어려서부터 올바른 배변 습관을 길러서 장시간 변기에 앉아 있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의 몸에는 큰 구멍이 9개(눈, 코, 귀, 입, 소변구멍, 항문) 있는데 각각의 구멍에 무언가 비정상적인 것이 솟아나는 것을 한방에서는 `치`라고 하는데 그중에서 항문구멍의 내부와 외부. 주위에 우뚝 솟아나는 것을 총칭하여 치질이라고 합니다. 피곤한 상태에서 저녁에 음식을 많이 먹고 자거나, 술을 취하도록 자주 먹고 성생활을 하면, 소장 안에 열이 쌓여서 치가 생기고. 기름진 음식이나 매운 음식 등으로 대장안의 습열이 쌓이면 이 또한 한 원인이 됩니다. 또 노인들은 기가 허해져 기가 빠져버리면 중기가 받쳐주지 못하여 항문이 빠지면서 불편한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기를 보하는 약재로 기를 끌어 올려주는 치료를 합니다.
평소에 미역, 다시마, 김 등의 해조류를 수시로 먹고 연근, 무오가리, 당근, 우엉 등의 뿌리채소를 먹으면 도움이 되고 출혈이 있을 때는 쑥을 갈아 항문에 바르거나 약쑥을 진하게 달여서 따뜻할 때 좌욕을 하면 도움이 됩니다. (213)487-0150
조선혜 <동국로얄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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