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에는 알 사우드 가문에 속하는 왕족이 2만2,000명에 이른다. 왕자와 공주만 1,100명이다. 그것도 건국의 아버지인 압둘 아지즈왕의 직계 왕자와 공주들만 해서 그렇다. 사우디에는 왜 이렇게 왕자와 공주가 많은가. 알 사우드 가문을 지키기 위한 안보정책의 하나로 압둘 아지즈 왕이 자식 많이 낳기 정책을 의도적으로 실시했기 때문이다.
자식을 많이 낳으면 왕위 계승을 둘러싸고 왕자들 끼리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일지는 몰라도 알 사우드 왕조는 계속된다. 왕이 누가 되느냐는 별 문제가 아니다. 체제 번복만 없으면 된다는 것이 압둘 아지즈의 생각이었다.
압둘 아지즈왕은 왕조를 지키기 위한 안보정책을 몸소 시범 보여 그 자신 300명의 여성과 결혼하여 50명의 왕자와 80명의 공주를 낳았다. 이들이 다시 아이를 낳고 또 낳아 7대가 지나는 동안 오늘 알 사우드 가문의 왕족수가 2만2,000명이 된 것이다. 각부 장관, 군 지휘관, 국영 기업체의 장, 경제단체장, 대학 총장 할 것 없이 모두가 왕족이다. 왕족이 워낙 많다보니 체제 전복을 위한 반란이나 쿠데타는 생각지도 못한다.
건국의 아버지 알 아지즈는 부족들과의 싸움에서 패하여 한때 쿠웨이트로 도망가서 살았으며 재기하여 가장 규모가 큰 라쉬드 부족을 쳐부수고 1902년 사우디아라비아를 세우기까지 피눈물 나는 고생을 했다. 여기서 얻은 결론이 영구집권을 위한 자손팽창 이론이다.
사우디가 아랍국가 중 개혁·개방을 제일 꺼리는 이유는 종교적인 이유도 있지만 서구문화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가 번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기 때문이다. 왕조의 독재와 개혁·개방은 공존하기 힘들다. 민주주의 간판을 내걸고 체제 전복이 시도되기 때문이다.
이번 남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남한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개혁’ ‘개방’ 운운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보도가 여러번 있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우리가 개성공단을 통해 북측이 개혁·개방될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 그게 조심성 없는 말이었다”고 한수 더 뜨고 있다. 개혁·개방이 조심성 없는 말이었다? 이 말도 조심성 없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독재 왕조라는 점에서 알 사우드 가문과 비슷한 체질을 지니고 있다. 남북회담에서 느꼈겠지만 북한 공산당과 군 간부들은 굉장히 나이가 많다. 70세 이상이 한두 명이 아니다. 이들은 알 사우드 왕조의 왕자들이나 다름없다. 남북회담 때마다 북한의 체제 보장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북한이 왕조체제 공산국가이기 때문이다.
김일성은 62세 때 김정일이 후계자라는 것을 발표했다. 김정일은 올해 65세인데도 후계자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성혜경과의 사이에서 정남(36), 고영희와의 사이에서 정철(26), 정운(23) 등 3명을 두고 있으며 김정철이 바통을 이어 받을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김일성이 남북회담을 결심했던 것도 왕조를 지키기 위한 남한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것이고 김정일이 핵개발을 하면서 평화적인 제스처를 보이는 것도 자신의 뒤를 이을 자식들에 대한 체제보장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남북회담은 정확하게 말해 남북회담이 아니다. 한국 정부와 김정일과의 회담이다. 북한식 사우드 왕조를 어떻게 남한이 체제보장 해주느냐. 이것이 그들의 최대 관심사다. 그것을 여러 다른 말로 포장하여 표현하는 것이 북측의 입장이다.
이 철 / 고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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