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이야 그게 아니지. 이건 여기에 올려야해”
“동희야, 그냥 솔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줘. 솔이는 이걸 어디에 놓고 싶어? 아, 여기에 올리고 싶었구나. 역시 솔이가 하니까 멋있다”
지난 주말의 일이다. 가깝게 지내는 선배 언니집을 방문해 오랜만에 20개월난 딸내미 솔이와 블럭쌓기 놀이를 했다. ‘이건 여기야’ ‘저건 이거랑 짝이지’라며 규칙을 가르치려는 기자와 달리 ‘솔이 엄마’는 ‘솔이가 하고 싶은 대로’ ‘솔이만의 규칙대로’ 놀게 해줬다. 솔이가 하나의 블럭 위에 다른 것을 올려놓으면 박수를 치며 칭찬하고 격려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최근 몇 달간 취재차 만났던 자녀교육 전문가들의 강의 내용이 떠올랐다. 수잔 정 소아정신과 박사는 “엄마가 아이들의 숙제나 문제에 일일이 간섭하고 해결해 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고 엄마가 자신을 믿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크겠지만 곁에서 용기를 주고 믿어주면서 함께 답을 찾아가는 동반자적인 부모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올바른 자녀교육법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아이들의 해결사가 아닌 동반자가 되어 줄 것’ ‘정답과 명령을 제시하는 일반적 대화법 대신 질문을 통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쌍방향 대화법을 구사할 것’ ‘일단 아이가 결정한 것은 그 것이 부족해 보여도 믿고 따라줄 것’ 등이다.
자녀교육 세미나에서는 아이들이 처한 문제를 털어놓으며 ‘해결책’을 찾는 부모들을 숱하게 보아왔다. 학부모들은 ‘아이가 파트타임을 해도 되는가’ ‘아이가 진학 때문에 의기소침해 있다’ ‘담배를 펴서 티켓을 받아왔다’는 등 고민을 내려놓으며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는 모습이었다.
그 때마다 강사들은 ‘지금처럼’을 강조했다. 강사를 믿고 의견을 묻는 것처럼, 아이들도 믿어주고 ‘지금처럼 대화하라’는 것이었다. 강사가 제시한 방법을 믿고 따르는 것처럼, 아이의 결정도 ‘지금처럼 믿고 격려해 주라’고 했다.
교육세미나를 취재하며 깨달은 점은 자녀를 향한 적당하고 올바른 믿음은 아이가 능력을 발휘하며 자랄 수 있는 든든한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강의를 들으며 취재수첩 빼곡이 메모를 했지만 현장실습 상황에서는 까맣게 잊어버린 기자와 달리 ‘솔이 엄마’는 그 방법을 실전에서도 충분히 활용하고 있었다. 우리 주변에서 더 많은 ‘솔이 엄마’를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김동희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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