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와인 깨우는 마술
요즘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주제로 한 일본만화 ‘신의 물방울’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를 보다 보면 중간 중간마다 ‘디켄팅’(decanting)이란 말과 그림이 자주 나온다. 마치 오랫동안 잠자던 녀석을 슬그머니 깨우는 듯한 표현들이 자주 등장하면서 오묘한 이미지를 심어준 탓에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왜, 그리고 무엇 때문에 디켄팅을 해야 하는지를 와인 입문 초년생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젊은 와인 맛·향 살려주고
오래된 와인 침전물 걸러줘
▲디켄팅이란
디켄팅은 와인을 디켄터란 용기에 옮겨 담는 것을 의미한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와인병 속에 있는 침전물을 걸러내고, 공기와의 접촉을 늘려 와인의 숙성을 돕기 위함이다.
▲디켄팅 이유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침전물을 제거하는 것. 특히 카버네 소비뇽과 같은 탄닌이 강한 품종은 시간이 오래될수록 침전물이 더 많다. 이런 경우 마시기 수일 전부터 와인병을 세워놓아 침전물을 바닥에 가라 앉힌 뒤, 디켄터에 옮겨 담을 때는 병이 흔들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디켄터에 옮기면 된다.
이때 와인병 목부분을 밝게 해 침전물이 병 어디 부분까지 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다른 경우는 아직 덜익은 젊은 와인을 일찍 마셔야 할 때. 병에서 잔에 따라 바로 마시게 되면 떫은 태닌 맛이 강하기 때문에 디켄팅을 통해 공기와 접촉을 늘려 맛과 향을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
디켄팅 횟수는 단 한번으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 개인의 취향과 와인의 상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맛과 향에 대한 경험과 수준이 개인마다 서로 다른 만큼 정답은 없는 셈이다. 만약 제법 일가견이 있는 경우라면 힘이 센 젊은 와인을 병에서 디켄터로, 다시 디켄터에서 병으로 옮기는 ‘더블 디켄팅’ 이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의할 점은 젊은 와인의 경우 디켄팅 후 1-2시간에서 길게는 하루를 놓아두기도 하지만, 오래된 와인은 자칫 디켄팅 후 오래 놓아두면 향이 달아나 버릴 수 있는 만큼 바로 마시는 것이 좋다.
또 작황이 좋지 않았던 시기에 만들어진 것일 경우에는 디켄팅이 오히려 그나마 갖고 있던 맛과 향을 잃어버리게 만들 수도 있다.
▲디켄터의 종류
디켄터는 최고급 크리스탈 제품에서부터 일반 값싼 유리병까지 천차만별이다. 혹시 단순히 와인을 옮겨 놓는 것이라는데 고정된 생각 속에 플래스틱 그릇에다 옮기는 것은 피하자. 대신 유리제품이라면 어느 것을 이용해도 큰 상관이 없다.
디켄터는 생김새와 가격에 따라 수많은 종류가 있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젊은 와인은 공기 접촉이 많아야 하는 만큼 윗부분이 넓은 것을, 올드 와인용이라면 좁은 것이 바람직하다.
<황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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