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캄보디아에서 여객기가 추락하여 한국인 관광객 13명이 숨지는 참사가 있었다. 정글에 추락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기체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그런데 이때 “부근에 있는 미군기가 수색작업에 참여할 계획”이라는 외신이 보도된 적이 있다.
미군기가 캄보디아 정글 수색에까지 신속히 출동할 수 있다는 것은 미국의 군사력이 세계 곳곳에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소말리아, 보스니아, 파나마, 태국, 스페인 등 세계 어느 곳에서 사고가 일어나도 미군은 출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 식민지가 필요 없다. 26만명의 군인으로 구성된 11척의 항공모함이 움직이는 군사기지다. 놀라운 일이다.
미국 민병대가 영국군과 최초로 교전을 벌인 것은 1776년 4월 매서추세츠의 콩코드에서였다. 영국 정규군은 라이플로 무장한 식민지의 미니트맨을 얕잡아 보다가 참패의 수모를 당했다. 미니트맨의 사격 명중률은 대단히 정확해 본토의 영국군들이 미식민지에 파견되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까지 생겨났다. 미니트맨은 밭을 갈다가도 소집 연락이 오면 당장 총을 들고 1분 내로 달려갈 수 있는 농민 게릴라다. 미국 헌법의 수정조항 제2조가 인민의 무기소유를 인정하고 있는 것도 미니트맨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 그 시작이다.
민병대는 미 독립전쟁에서 영국에 승리한 후 어떻게 되었는가. 전원 고향에 돌아가 농부가 되었다. 농민에서 군인으로, 군인에서 농민으로 어느 때나 바뀔 수 있는 것이 미국 국방 시스템의 원조다. 즉 미국은 될 수 있는 대로 상비군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독립전쟁의 정신이다.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은 “많은 병력의 상비군을 갖는 것은 미국이 자유를 스스로 깨는 행위에 속한다”면서 독립군을 모두 귀향시켰다. 그는 자신의 두 번에 걸친 대통령 재임기간 미합중국의 군대를 탄약고를 지키는 1개 중대로 제한했다. 군대 없는 대통령을 한다는 것이 워싱턴의 건국 정신이다. 미국은 1791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1개 연대를 창설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대의 로마를 연상케 하는 21세기의 군사대국이다. 러시아의 군사력? 미국과는 비교가 안 된다. 러시아의 국방예산은 펜타곤 예산의 16%에 불과하다. 1776년에 건국한 미국이 언제부터 군사 공룡이 되기 시작했을까. 역사가들은 미국이 스페인과 전쟁을 벌여 필리핀과 괌, 푸에르토리코를 차지하면서부터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세계 153개국에 기지를 만들어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군인들이 국내에서는 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시민들은 미국이 군사 공룡의 얼굴을 지니고 있는 것에 대해 실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국방 개념도 국민보호에서 완전히 국력 과시로 바뀌어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미국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되는 어떤 세력에 대해서도 공격할 권리를 갖는다”고 공언할 정도다.
건국의 아버지 워싱턴 대통령이 지금 살아있다면 어떤 표정일까. 미국이 군사 대국으로 달리고 있는 모습에 화를 내면서 “당신들은 로마제국이 왜 망했는지, 영국이 왜 기울었는지 모르는가”라고 야단칠 것이다. 국방력 강화는 군수산업 팽창을 불러오게 되고 군수산업 비대는 전쟁광 대통령을 계속 탄생시키기 때문이다. 워싱턴은 그 자신이 군인이면서도 국방력 강화를 반대한 대통령이다. 세계인들에게 ‘전쟁광’처럼 비치고 있는 오늘의 미국의 이미지에 그는 놀랄 것이다. 아니 슬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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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철 / 고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