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8월까지는 유럽이 관광객으로 붐비는 시즌이다.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배낭여행하는 한국 젊은이들이 많은데 놀라게 된다. 유럽은 물가가 비싸 여행경비가 많이 든다. 호텔값, 식사, 교통비, 관광지 입장료를 합치면 하루 200유로(230달러)는 써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어디서 돈이 생겨 유럽여행을 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호텔을 예약하기가 어려울 텐데…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기자는 한국에서 온 4명의 여대생과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눈 후 파리에는 우리가 모르는 별세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름 아닌 하숙집이다. 물론 한국인이 경영한다. 기숙사처럼 한 방에 4명이 자는데 아침, 점심(샌드위치나 도시락을 싸준다), 저녁까지 먹여주고 1인당 25유로(30달러)라고 했다. 하숙집은 시내에서 떨어진 단독주택이거나 고층 아파트인데 파리 시내에 30여군데나 있었다. 배낭여행객이 늘어나자 유럽에 새로 생겨난 신종 비즈니스다.
경비를 극도로 아끼면 하루 50유로로 파리 관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파리의 하숙집이 굉장히 궁금했다. 무엇보다 거기 가면 젊은이들이 어떤 방법으로 배낭여행 하는가를 알 수 있고 대화도 나눌 수 있어 기자의 입장에서는 일석이조 같았다.
여기 저기 수소문하여 하숙집에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4베드룸 아파트였는데 가서 보니 4인용 방에서는 잘 용기가 나지 않아 독방을 달라고 했더니 하루 80유로라고 했다. 3일 있겠다고 하자 선금, 그것도 캐시로 달라고 했다. 선선히 돈을 내주었는데 밤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선 16명이 화장실과 목욕탕 하나를 같이 쓰는데 내 차례가 오지를 않는데다 식탁도 너무 좁아 젊은이들과 밥 먹으며 이야기 할 형편이 못 되었다. 잠자리에 들었는데 벽이 얇아 옆방 떠드는 소리와 길옆 자동차 소음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밤 12시가 넘어 샤워를 하려고 했더니 다른 사람 자는데 방해된다고 자정이 넘으면 목욕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샤워를 못했다.
그것까지는 억지로 참겠는데 아침에 화장실이 만원이라 정말 곤란했다. 그래서 하루만 자고 나가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이미 낸 방값은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싸우기 싫어 이틀 자고 나왔는데 우리 나이에는 역시 호텔에 묵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비를 아끼고 영어나 불어를 전혀 못하는 사람 그리고 죽어도 “한식을 먹지 않으면 못 살겠다”는 타입의 관광객에게는 하숙집이 안성맞춤인 것 같다. 그러나 부부나 나이 좀 든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더구나 목욕탕과 화장실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겠는 데는 지옥 같았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문화 차이가 있게 마련이고 젊은이는 이 차이를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어야 사회에서 성공한다. 자녀들을 그렇게 키우려면 여행을 보내 넓은 세상을 보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최상의 과외공부다. 비록 하숙집에 머물면서라도 유럽여행을 할 수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우리의 학생시절과는 너무나 비교가 된다. 한국의 정치 문화는 엉망이지만 한국의 젊은이 문화는 에너지가 넘치고 미주 한인사회보다 앞서 있는 것을 배낭여행하는 한국 학생들로부터 느낄 수 있었다. 이민 1세는 돈 버는 데만 정신이 쏠려 있지만 자녀들은 유럽 배낭여행 보낼 정도의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겠다. 미국을 알려면 유럽을 먼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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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철 / 이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