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금년 12월, 그리고 미국은 내년 11월에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는 예비후보자들 간의 경쟁이 이미 치열해 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양국 모두 현직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으며, 여성후보가 대선가도에서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어 벌써부터 큰 관심거리이다.
대통령제는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하면서 군주제 대신 도입한 새로운 정치형태로서 삼권분립에 기초하지만 행정부의 수반이 군주를 대신하여 국가원수를 겸임하는 형태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내각제는 군주 혹은 대통령이 상징적 국가원수로 있으면서 실질적 정치는 입법부의 다수당이 여당이 되어 행정부를 맡는 제도이며 총리가 국무회의의 수장이 된다.
대통령제의 장점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엄격한 분립, 대통령의 임기보장, 신속한 의사결정 등이다. 단점으로는 독재의 우려가 있고, 문제가 있을 지라도 대통령을 바꾸기가 어렵고, 집권당이 소수당일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가 극심한 대립을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 미국과 아프리카, 중남미에서 대통령제를 많이 채택하고 있으며 특히 독재국가가 많다.
한국과 미국은 정치적 체제가 대통령제라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큰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즉 한국의 대통령제는 내각제의 일부 형태를 가미한 혼합형 대통령제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한 국무총리, 여당과 야당, 당 총재 혹은 대표, 국무회의 결의, 정부의 법안제출 등의 개념이 미국에는 없다. 이런 용어들은 내각책임제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의 각부 장관들은 개별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할 뿐이며, 한국처럼 국회의원들의 대정부 질문에 답하기 위해 국회에 불려가서 지루한 공방전을 하지 않는다. 여당과 야당 대신 다수당과 소수당이 있고, 행정부는 법안을 제출할 수가 없다. 따라서 한국처럼 집권당이 소수당이 되었더라도 법안 통과를 둘러싸고 큰 마찰은 없다.
한국의 과거를 되돌아보면 개발독재시절에는 강력한 제왕적 대통령이 입법부를 자신의 통치를 위한 수단으로 여겼다. 그래서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거수기’역할을 담당하게 하여 입법부는 행정부가 제안한 법률들을 통과시키는 ‘통법부’로 전락하고 말았다. 여당이 소수당이 되었을 경우 입법부를 통제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사용하더라도 다수당이 되려고 무리수를 두었다.
경제적 위상에 걸 맞는 선진적 민주제도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치형태가 한국에 더 맞을 지에 대한 논의는 장기적 숙제이다.
하지만 한국의 현행 선거시스템이 가진 문제점은 시급해 고쳐져야 한다. 미국을 위시한 많은 나라들이 채택하고 있는 결선투표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다수제도는 가장 많은 표를 득표한 후보자가 이기지만, 과반수제도에서는 50% 이상을 얻어야 한다. 결선투표제도는 과반수제를 위함이다.
1987년 노태우씨가 36.6%를 득표하여 김영삼씨의 28%와 김대중씨의 27% 도합 55%를 물리치고 당선되었다. 1992년 김영삼씨가 42%, 1997년 김대중씨가 40%, 2003년 노무현씨가 48.5%를 얻어 당선되었다. 과반수를 얻지 못하여도 표가 분산되는 효과 덕에 당선된 대표적인 예가 1997년의 경우다. 즉 이회창씨가 39.7%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인제씨가 19.2%를 차지하는 바람에 석패하였다. 만약 결선투표제도가 있었더라면 노무현 대통령의 말처럼 DJP가 ‘죽었다 깨어나도’ 못 이겼을 것이다.
요즘 한국에서 대선을 앞두고 이합집산을 계속하는 정치적 행태를 보면서 또다시 지역적, 이념적 편가르기, 상대방을 중상모략하는 네가티브 선거전략 등을 통해 요행수를 바라는 후보자들이 없길 바란다. 따라서 결선투표제의 도입이 시급하다. 그래서 국민의 진정한 대변자들이 당선되어야 법과 원칙에 기초한 정치적 선진화를 이룰 수가 있을 것이다.
임진혁 / 새크릿하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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