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씨의 아버지를 회고하는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가르침은 모범을 보이는 것이고 가장 큰 지혜는 삶의 모델을 보고 배우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의 부모님은 내 삶의 모델이다. 특히 정치인이 된 지금 나의 아버지는 그냥 아버지가 아니라 선배이자 스승이며 나침반과도 같은 존재다.”
박근혜씨는 파리 유학중 어머니가 비명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는데 공항에 마중 나온 아버지(박정희 대통령)가 그렇게 작아 보일 수가 없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박정희씨의 딸 사랑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파리의 박근혜씨로부터 편지가 왔다고 하면 빨리 읽어보기 위해 층계를 두 개씩 뛰어넘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자식들이 그리워하는 것은 어머니다. 아버지는 어떤 경우 증오의 대상으로까지 남는다.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어’라는 TV 연속극도 있었지만 특히 아들들은 아버지처럼 살기를 싫어한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부자면 부자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가정불화 때문에 불행의 원인으로 이미지가 떠오르기 쉽다, 한국 가정에서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포드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 그리고 낸시 레이건의 아버지 증오는 너무나 유명하며 성도 생부의 성을 따르지 않았다.
같은 부모인데도 자식들이 어머니를 더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버지는 자식들의 가슴 속이 아니라 머릿속에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존경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존경은 아버지가 꼭 성공한 사람인 것을 전제로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아버지에게서 유명한 아들이나 딸이 탄생한다.
테너 파바로티의 아버지는 빵 굽는 가게 주인이었다. 그러나 파바로티가 노래를 배운 것은 아버지에게서였다. 그가 1980년 뉴욕 공연에서 앙코르를 받았을 때 “나보다 더 노래 잘 하는 사람을 소개하겠다”며 객석에 앉아 있는 아버지를 무대로 불러올려 노래하게 하자 청중들이 눈시울을 붉힌 적이 있다.
요즘 미국 방송계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으로 꼽히는 오프라 윈프리도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아버지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발사였지만 가출한 오프라를 붙잡아와 엄하게 재교육 시킨 것이 오늘의 오프라 윈프리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그녀는 이에 보답하기 위해 아버지 이름으로 장학기금 재단을 만들었다.
오늘의 아버지, 특히 이민사회의 아버지는 무력해질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소외되거나 내몰리기까지 한다. 왜냐하면 여성과 남성이 같이 돈을 벌면 가부장제도가 무너지고 어떤 경우에는 어머니가 아버지를 지배하는 역전현상이 일어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없는 가정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미국사회에서는 더 이상 아버지의 역할이 돈 벌어 오는 기계일 수가 없다. 자녀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 아버지라야 현대적인 아버지다.
오는 17일은 “아버지의 날”이다. 아버지의 날을 제창한 소노라 여사도 아내를 잃은 아버지가 혼자서 6남매를 키운 것을 잊지 못해 ‘아버지의 날’ 제정 캠페인을 벌였다. 자식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 아버지가 되려면 자식들의 존경을 받아야 하고 존경 받으려면 행동으로 시범 보이는 아버지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버지들의 숙제다.
clee@koreatimes.com
이 철 /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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