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배낭여행 하는 동안 겪은 일이다. 파리의 번화가인 샤타레이에서 버스를 탔는데 내 앞에 탄 12세가량 된 여학생이 가방에 손을 넣어 버스표를 뒤지고 있었다. 파리의 버스는 올라탈 때 운전기사 옆에 설치된 티켓 검사기에 버스표를 집어넣어 찰칵 소리가 나야 통과가 된다.
소녀는 버스표를 찾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면서 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는 소녀가 안쓰러워 운전기사에게 “이 여학생 버스표 값을 내가 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운전기사가 인상을 쓰면서 여학생에게 뭐라고 소리 지르는 게 아닌가. 여학생은 버스에서 내렸다. 내 뒤에 서 있던 3명의 여학생도 함께 내렸다. 그때야 아차 하는 생각과 함께 여학생들이 소매치기단이라는 것을 눈치 챘다.
나의 배낭 주머니 지퍼가 모두 열려 있었다. 버스표 찾는 척하고 앞뒤에서 나를 막은 다음 배낭을 다 뒤진 모양이다. 그래서 이를 눈치 챈 운전기사가 소녀에게 “썩 내리지 못해!” 하고 소리 지른 것이다. 다행히 나는 카메라를 목에 걸고 있었고 배낭 속엔 재킷과 책만 들어있어 아무 것도 잃어버리지 않았다. 카메라를 도둑맞으면 돈이 문제가 아니다. 여행에서 찍은 사진 메모리칩을 몽땅 잃어버리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파리를 여행 하노라면 속 끓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소매치기와 업소 종업원의 불친절이다. 지하철 매표소의 직원도 무뚝뚝하기 짝이 없다. 뭘 좀 물어보면 쳐다보지도 않고 시내 지도를 내민다. 꿈에 그리던 파리에 왔다가 여권과 돈을 소매치기 당하거나 여기저기서 불친절한 대우를 받고 쇼크 받는 것을 일본에서는 ‘파리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깨진 환상으로 충격을 받고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일본 관광객이 해마다 10여명 발생하는데 일본 대사관에 전담반이 설치되어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불편을 미리 각오하고 돌아보면 파리는 구경할 만한 곳이다. ‘빛의 도시’라는 별명답게 파리의 밤은 정말 아름답다. 낮에 보는 라스베가스와 밤에 보는 라스베가스는 하늘 땅 차이다. 파리도 마찬가지다. 밤의 파리는 낮에 본 그 얼굴이 아니다.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에펠탑의 라이트 쇼와 세느강 보트, 오페라 가르니에의 밤거리는 압권이다. 에펠탑 쇼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은 트로카데로 전철역 광장이다. 단체관광을 따라 다니면 밤의 도시를 구경할 수가 없다. 편하고 값이 싸기는 한데 반쪽 관광이다. 특히 취재사진을 찍어야 하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너무 제한을 받는다.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사진 찍고 보고 싶은 것을 보자. 그리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나 자신이 여행에 적응할 수 있는지 총체적인 기능을 한번 테스트해 보자. 이것이 내가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용감하게(?) 배낭여행을 떠난 이유다. 60세가 넘어서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배낭여행은 고달프다. 주로 걸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민박까지 해야 한다. 택시를 타면 배낭여행의 의미가 없어진다.
배낭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발이다. 신발이 불편하면 행군속도가 반으로 줄어든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전국을 배낭여행 하면서 기자가 보고 느낀 것을 앞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독자들에게 소개하려고 한다.
<이 철 /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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