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노릇을 하다보면 자주 우리 몸의 무한한 신비성에 감탄한다. 그중의 한 가지는 우리 몸의 주기성인 것 같다. 심장은 1분에 70번씩, 호흡은 1분에 12번씩 한 번도 쉬는 적이 없이 우리는 70~80년을 산다. 그리고 또한 밤이 되면 자고, 아침이 되면 깬다. 마치 우리 몸속에서 시계가 돌고 있는 것 같이 정확해서 거의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눈이 뜨이는 것이 보통이다.
동물실험을 해보면 생쥐를 며칠 동안 잠을 못 자게 해서 졸리게 한 뒤에 그 척수액을 다른 생쥐에게 주사하면 그 생쥐도 졸려서 잠이 들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멜라토닌(Melatonin)이라는 호르몬이 뇌에서 분비되는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멜라토닌은 우리 몸의 정서작용을 지배하는 세로토닌(Serotonin)의 유도체로서 보통 우리 뇌 속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아주 조그맣고 보잘 것 없이 생긴 송과체(Pineal Body)라는 호르몬 샘인데 그 기능이 옛날부터 전혀 밝혀지지 않고 다만 밤과 낮의 주기를 주관하는 것으로만 알려졌고 사춘기만 되면 벌써 퇴화해 버리는 아주 신기한 기관으로서 17세기의 유명한 철학자이며 또한 과학자인 데카르트(Rene Descartes) 같은 사람은 이것을 영혼의 자리(Seat of Soul)라고까지 불렀다.
그런데 또한 신기한 것은 2~3세 어린아이 때에는 이 호르몬의 분비량이 어른의 10배나 된다고 하니 갓난아이들이 하루 종일 잠만 자는 이유를 알겠다. 그리고 컴컴하면 그 분비량이 많아져서 졸리게 되고 햇빛이 들면 분비가 억제되고 잠에서 깨어난다는 것이다.
또 빛이 없더라도 멜라토닌의 혈액 함량이 밤과 낮의 주기에 따라 오르고 내리는 것이 발견됐다. 그래서 요즘 많은 사람들이 밤잠이 잘 안 오던지 장거리 여행으로 수면이 불규칙할 때 멜라토닌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우리 몸에서 주기적으로 바뀌는 생리현상을 영어로는 서카디언 리듬(Circadian Rhythm) 또는 바이오리듬(Biorhythm)이라고 하고 우리말로는 ‘하루주기’라 하는데 구태여 한국말로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우리 몸의 생리작용과 정서작용이 주기적으로 변하여 아침에는 명랑하고 저녁에는 울적한 것도 또한 이 때문이지 우울병의 시작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좋겠다.
전희택 박사
<신경내과 전문의 겸
UCLA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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