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주의 감독 영화 ‘밀양’ 등 초청… 한국적 소재서 관심 이동
제 60회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에 초청받은 영화 <밀양>과 <숨>은 모두 상처 받은 여성이 아픔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치유 영화다.
두 작품 모두 제목 속에 주제를 담고 있다. <밀양>의 여주인공은 눈부신 햇살 아래서도 충분히 가혹할 수 있는 현실에 반항한다. 여자는 눈이 부시되 따뜻하지만 않은 ‘비밀의 햇살(밀양)’에 대항하고자 한다.
<숨>의 여주인공은 남편의 외도를 겪은 후 숨쉬기 조차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사형을 선고받고 끊임없이 자살을 시도하는 사형수를 알게 되고 무작정 만나러 간다.
여자는 역설적으로 사형수에게 삶의 희망을 선사하며 숨을 이어가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밀양>과 <숨>에서 한국의 전통적 정서를 찾아보기 힘들다. 15년 동안 갇혀 산 남자라는 극단적인 설정도 없다. 일상을 배경으로 인물과 사건에 초점을 맞춘다.
소재의 특수성보다 소재를 다루는 솜씨에 방점을 찍는 영화들이다. 주연 배우 못지 않게 감독의 작품 세계를 중시하는 국제 영화계의 시류를 반영하는 작품들이라 할 만하다.
<밀양>의 이창동 감독과 <숨>의 김기덕 감독 역시 작가주의 감독의 대명사다.
칸은 지난 2000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을 감독 주간에 초청한 이후 7년 만에 다시 이창동 감독을 선택했다. 타 국제 영화제의 단골 손님인 김기덕 감독은 유독 인연이 없던 칸에 드디어 마수걸이 진출을 하게 됐다.
칸의 관심은 이제 한국적 소재에서 한국 감독의 작품 세계로 옮아가고 있다. 칸은 한국 영화에 관심을 보이던 초창기에는 한국의 전통적 매력에 심취했다. 2000년과 2002년에 각각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과 <취화선>이 칸의 선택을 받았다.
올해 임권택 감독의 새 영화 <천년학>이 경쟁부문 진출작에 최종 선정되지 못 한 것은 칸의 관심이 더 이상 한국 고유의 정서에 머물고 있지 않음을 알리는 방증이다.
칸은 이후 적극적으로 작가주의 감독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상업성을 떠나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박찬욱 감독과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 잇따라 칸에 초대됐다.
소재 자체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소재를 풀어가는 감독의 시선에 대한 관심이었다. 한국 영화의 도약이라 할만하다. 칸의 시상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는 총22편의 영화가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그 중 아시아 영화가 3편이다. 일본 영화 <모가리의 숲>을 제외하고는 한국 영화가 두 자리를 차지해 국제 영화계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창동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영화 <밀양>과 김기덕 감독의 열 네번째 영화 <숨>은 이제 칸의 부름을 넘어서 칸의 선택을 기다리게 됐다.
스포츠한국 안진용기자 realyo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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