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진 자들이여, 내게로 오라”
크레딧 카드 밸런스가 1만3,000달러까지 올라간 경찰관 덕 스위니, 학자금 융자 빚을 4만달러나 지고 있는 르네 산티아고, 크레딧 카드 부채가 1만4,000달러나 될 때까지 그저 그렇게 사는 것이려니 했다는 수잔 행콕이 더 이상 빚에 몰릴 수 없게 됐을 때 도움을 받기 위해 찾아 간 곳은 가족이나 재정전문가가 아니었다. 요즘 같은 처지의 다른 많은 미국 사람들이 가는 곳, 바로 교회였다. 3년동안 충동적으로 돈을 썼다는 스위니(47)는 최근 켄터키주 루이빌의 사우스이스트 크리스찬 교회가 마련한 13주 과정 부채 줄이기 프로그램 ‘파이낸셜 피스 유니버시티’에 9주째 다니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등록한 이후 그는 크레딧 카드를 모두 없애버렸다.
<켄터키주 루이빌의 사우스이스트 크리스찬 교회에서 러스티 비틀이 금전관리 클래스를 겸한 성경공부 그룹을 이끌고 있다>
크레딧카드·각종 융자로
파산지경 이른 개인 상대
부채관리·생활비 감축 등
영적상담과 함께 ‘컨설팅’
미국인들의 비모기지 부채 총액이 24조달러가 넘게 되자 교회와 기독교 라디오 방송국들이 영적 상담 프로그램에 재정 상담을 추가시키고 있다. 이들은 다른 기독교 단체가 개발하고 교회 주변이나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사용하는 일이 많은데 예산짜기, 가계 생활비 줄이기, 부채 관리등의 기본 내용에 성경 구절을 인용하여 살을 붙이고, 교회에 십일조 내기를 목표로 삼는다.
주말마다 1만8,000명이 출석하는 사우스이스트교회 담임 데이브 스톤 목사는 “교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유용한 교회가 되고 싶다”며 “교회가 과도한 부채로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모래 속에 머리를 박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부채 상환 능력을 과대평가하거나 크레딧 카드로는 현찰보다 더 씀씀이가 헤퍼지는 등 불합리한 행태를 보인다고 경제학자들은 지적하는데 교회에서 운영하는 부채 줄이기 프로그램들은 지출 및 저축에 있어 변화를 가져올 규칙을 제공하면서 성경귀절을 인용해 사람들 마음을 움직인다.
현재 3만9,000개 이상의 교회가 조지아주 게인즈빌에 있는 그룹인 ‘크라운 파이낸셜 미니스트리즈’가 개발한 부채 감소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으며 일리노이주 배링턴 소재 윌로우 크릭 커뮤니티 처치가 개발한 250달러짜리 ‘굿 센스’ 프로그램을 구입한 교회만도 3,000개에 달한다.
사우스이스트 크리스찬 교회에서 10년 전부터 무료로 재정상담을 해주고 있는 마이크 그램은 “성경의 어디에도 돈을 빌리지 말라는 말은 없습니다. 빌린 다음에 갚지 않는 것이 허용되지 않지요”라고 말한다.
이 프로그램들은 속세의 것과 거의 비슷하지만 윌로우 크릭의 ‘굿 센스 스튜워드십 미니스트리’ 책임자인 대이브 브릭스에 따르면 단 두가지의 예외가 있다. “일반 상담가들은 파산으로 채권자들을 어렵게 해도 된다고 말하지만 성경적으로 파산은 빚진 것을 갚기까지 시간과 공간이 필요할 때만 택하는 옵션입니다. 또 하나 갈등을 빚는 분야가 기부인데 일반상담가들은 능력이 생길 때까지 기부하지 말라고 하지만 우리는 줌으로써 하느님께 헌신하지요”
라디오 호스트인 데이브 램지가 판매하는 ‘파이낸셜 피스’ 프로그램은 1만개 이상의 교회와 1,000개 이상의 회사, 350개의 군 부대나 채플에서 사용돼왔다는데 책, 오디오 CD, 기타 자료들을 80~90달러를 내고 구입한 후 프로그램을 마친 가정도 35만이 넘는다고 램지의 대리인은 밝혔다. 이 프로그램이 성경에 근거를 갖고 있지만 기독교도만 겨냥해서 만든 것은 아니고 자신의 책과 라디오 쇼는 일반 상점이나 방송국에서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말한 램지는 독실한 신자가 아니더라도 “채무자는 채권자의 노예”라는 잠언 22장 7절의 말씀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 피스’의 교재들을 살펴 본 비영리단체 미국소비자연합의 사무총장 스티븐 브로벡은 그 내용이 기본적으로 건전하며 특히 중저소득층에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걸핏하면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소비자들을 피할 수 있는 크레딧 위기에 빠지게 하는 소위 재정전문가들이 하는 충고들보다 훨씬 더 낫다는 것이다.
<사우스이스트 크리스찬 교회에서 부채줄이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애나 브루스터가 집에서 가계부와 씨름하고 있다>
“세속적 관점에서는 차라리 빚 갚는데 쓰라고 말할 십일조 조차 일부 기독교도들에게 더 빨리 부채를 갚을 수 있도록 격려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파이낸셜 피스’와 ‘크라운 미니스트리즈’ 과정을 모두 사용하고 ‘패밀리 크레딧 카운슬링 서비스’라는 기독교 기관 및 일반 크레딧 카운슬링 기관과 모두 제휴하고 있는 사우스이스트 크리스찬 교회에서는 램지가 하는 비디오 강의에 이어 1시간 동안 20여명을 헤아리는 참가자들의 토론, 중고차나 일반 약 구입에 대한 충고, 성경 구절 인용등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된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애나와 존 브루스터 부부는 크레딧 카드 중 하나의 이자율이 33%로 오르자 마이크 그램을 찾아갔다. 하루 빨리 크레딧 카드 빚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같은 교인이고 자기에게서 돈을 벌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재정전문가 대신 그램을 찾았다. 요즘 제조업체에서 시간당 15달러를 받고 부업으로 2주에 한번 140달러를 받는 존과 네살짜리 딸을 기르며 파트타임으로 간호학교에 다니는 애나는 매주 음식과 개솔린 살 돈만 제외하고 남는 돈은 모두 너댓개 되는 크레딧 카드 빚 갚기에 쓴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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