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슬러역의 메릴 스트립과 중국인 학생역의 예 리우.
버지니아텍 살육사건의 충격과 슬픔이 서서히 고개를 숙이는 것과 함께 지금 이 사건과 닮은 대학생의 교내 총격 살인사건을 다룬 2편의 영화가 영화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두 영화는 모두 실화를 다룬 것이어서 더욱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버지니아텍 총격 계기 ‘암흑 물질’ ‘마음속의 살인자’등 화제
91년 아이오와대 총격, 주인공 조승희 닮아 <암흑물질>
55년 대학생 밥 벡텔 총기난사 사건 그려 <마음속…>
중국의 오페라와 연극 감독인 쉬-젱 첸이 만든‘암흑 물질’(Dark Matter)은 1991년 아이오와대학에서 일어났던 총격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극영화다. 당시 교환학생으로 이 학교에 다니던 중국인 강루는 온갖 노력을 다 해 작성한 논문이 학력경시대회에서 1등 자리를 놓치자 이에 폭력적으로 반발, 총으로 학생과 교수 등 5명을 사살하고 1명은 불구자로 만든 뒤 자신은 자살 했었다.
올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돼 과학과 기술에 관한 뛰어난 작품에게 수여되는 알프레드 P. 슬로안 재단상(상금 2만달러)을 받은 영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국인 싱 리우(예 리우)는 과학적 두뇌가 뛰어난 학생으로 그의 지도 교수 제이콥 라이서(에이단 퀸)에게 암흑물질의 우주신비에 대한 연구주제를 중심으로 논문을 쓰겠다고 제의한다. 그런데 리우의 천재적 발상에 반감을 갖게 된 라이서가 학생의 장래를 사보타지하면서 리우는 깊은 좌절감에 빠져든다. 그렇지 않아도 문화적 소외감에 시달리고 재정적으로도 여유가 없는 리우는 카운슬러(메릴 스트립)의 친절한 조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의 목적을 강탈당했다고 느끼면서 총을 집어 든다.
버지니아텍 사건의 장본인인 조승희와 영화 속 리우가 많이 닮았는데 영화의 각본을 쓴 빌리 시바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리우처럼 조도 살인 외에 다른 탈출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내적으로 완전히 무너진 사람이다. 안타깝게도 주위 누구도 그가 극단의 선을 넘었다는 것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에서 자신의 신작 오페라 리허설 도중 버지니아텍 사건을 알게 된 첸 감독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끔찍한 사건에 대한 영화를 간신히 완료한 지 얼마 안 돼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 마치 악몽과도 같다”면서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길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5월에 열리는 칸영화제에 출품됐는데 버지니아텍 사건이 터지면서 현재 배급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당초 이 영화는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배급을 원하는 회사가 없었다. 제작자 재넷 양은 “지금 영화의 극장 배급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곧 개봉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화는 지난해 토론토영화제서 선보인 맥키 앨스톤 감독의 기록영화 ‘마음속의 살인자’(The Killer Within).
1955년 펜실베니아의 스와드모어대 학생 밥 벡텔의 총기난사 사건을 다뤘는데 이 총격으로 잠 자던 급우 홈즈 스트로지어가 사망했다. 온순했던 벡텔은 주위 동료들이 자기를 너무나 못살게 굴어 참다못해 총을 휘둘렀다고 말했었다.
벡텔은 정신질환 범죄자 수용병원에 수감됐다가 5년만에 석방됐는데 그가 중범혐의로 기소되지 않았던 까닭은 스트로지어의 부모가 사건담당 판사에게 벡텔을 용서한다는 편지를 썼기 때문이었다.
영화는 현재 70대로 아내와 두 딸을 두고 애리조나대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벡텔과 사건 당시 그의 급우 및 스트로지어의 가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왜 벡텔이 살인을 했는지에 대해 살인 미스터리 식으로 캐어 들고 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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