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LA에서 한인 여성이 남편을 총으로 사살하고 자신도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부인이 남편에게 총격을 가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고 여성이 권총으로 자살하는 것도 드문 일이 다. 더구나 남편에게는 한 발도 아니고 5발이나 쏘았다니 놀라울 뿐이다. “코리안은 독한 사람들”이라는 평을 듣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 같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아시아계는 한국, 필리핀, 인도, 중국, 월남, 일본계 등이지만 총기와 관련된 살인사건에서는 유난히 코리안이 앞선다. TV 뉴스를 보면 수긍이 갈 것이다. 버지니아텍 사건 다음날 뉴욕타임스 독자 투고란에 이런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얼마 전 한국인 부모가 LA에서 자기 자식을 죽인 사건이 있었다. 이민법을 고쳐서 이런 감정적이고 격정적인 나라 사람들을 안 받는 수는 없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스위스와 핀란드인 같은 사람들이다 - 마이클”
남의 눈에 비친 내가 나의 참모습이다. 미국과 같은 이민으로 형성된 국가에서는 어느 마이너리티가 어떤 이미지로 비치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 요즘 버지니아텍 참극을 둘러싸고 미국인들이 “코리안이여, 당신들 책임이 아니다. 개인이 저지른 또 하나의 범죄일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 사건이 ‘코리안’이라는 이미지에 영향을 끼친 것만은 사실이다. 커뮤니티는 죄가 없지만 ‘코리안’이라는 이미지가 크게 상처를 입었다.
한인사회 총기관련 범죄 증가율이 무서울 정도다. 툭하면 가정불화에서 권총이 사용된다. 얼마 전에는 골프장에서 앞 팀의 플레이가 늦다고 한인이 권총을 빼들어 말썽이 된 적도 있었다. 미국의 총기법안 규제를 논하기 전에 한인들의 무장해제(?)가 시급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왜 집에 총을 두고 있는가. 권총을 집에 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호기심으로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꼭 필요해서가 아니다. 괜히 가지고 있고 관리도 하지 않는다. 만약 사춘기의 자녀들이 아버지의 권총을 갖고 나가 학교에서 무슨 일을 저지른다면 어쩔 것인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한국인이 이민 와서 가장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미국의 총기문화다. 한국인의 울컥하는 성격과 권총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4.29 폭동 직전 일어난 ‘두순자 사건’의 비극의 원인이 무엇인가. 코리안의 총기관리 미숙이다.
정신의 힘을 발달시키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슬픔이다. 고통은 인간을 생각하게 만들고 사고는 인간을 현명하게 만든다.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자세다. 조승희 사건을 계기로 코리안이 조용히 반성하고 배우는 것이 있어야겠다. 코리안 커뮤니티는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려 왔다. 성공만을 위해 달려갈 일이 아니라 잠시 쉬면서 옆과 뒤를 살펴보는 쉼표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버지니아텍 참사는 한인 부모들에게 “이민 와서 성공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 사건이다. 자식은 성년이 되었어도 나이와 관계없이 부모에게 평생 따라 다니는 짐이라는 것도 보여주었다. 대학에 보내면 부모의 책임이 다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녀의 현재의 모습은 부모가 만들어놓은 작품이다. 이민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식농사라 것을 많은 사람들이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clee@koreatimes.com
<이 철 / 이 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