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성형외과 의사의 새로운 도전
뉴욕 맨해턴의 이스트 59가, 블루밍데일 백화점에서 반 블럭 떨어진 번화한 길모퉁이에 두 명의 성형외과 의사가 새로운 종류의 미용 의학업체를 개업한다. 보톡스 주사만 놓아주는 오피스로 예약도 필요없다. 내달에 문을 열 예정인 이‘스무드메드’에서 하는 일은 오로지 보톡스 주사를 놓는 것이다. 주사로 이마, 눈, 입술과 목의 주름살을 없애는 일을 표준화된 절차와 경쟁적인 가격, 편리함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이‘스무드메드’의 주인으로 성형외과 전문의들인 앤드우 엘크우드와 마이클 로즈의 아이디어다.
표준화된 시술과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 유인
이마와 눈 250∼300달러·입술 주변 150달러선
<맨해턴의 미용 메디스파 트라이베카 스킨 케어 앞에‘보톡스 이머전시’라는 메시지가 번쩍이고 있다>
주름살 밑의 근육을 잠시 마비시키는 보톡스 주사를 편리하게 맞을 수 있게 해주면 그 시장 역시 쉽게 확대될 것이라는게 이들의 발상. 스무드메드에 처음 온 환자가 일을 마치려면 30분 안팎의 시간이 걸리지만 다음부터는 그 시간이 15분 이내로 줄어들므로 블루밍데일에서 샤핑하던 주부, 점심 시간을 이용하는 사무직원, 그 동네에서 일하거나 사는 사람들, 뉴욕을 방문한 사람들이 모두 짬짬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령과 외모를 의식한 나머지 보톡스 파티, 보톡스 왕진은 물론 스파나 몰에서도 보톡스를 맞는데 익숙한 사회에서 보톡스 전문 소매업체의 등장은 피할 수 없는 일 같아 보인다. 성형외과협회에 따르면 가장 인기있는 비수술 성형의학요법인 보톡스는 미국에서 작년에 450만건 이상이 시술됐다. 그러나 그 건수는 주름을 없애려고 정규적으로 주사를 맞는 100만명 가량의 환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이용자를 확대시키기 위해 보톡스 제조사 ‘앨러겐’을 비롯한 제약회사들은 광고와 마케팅의 차원을 높이고 있으며 의사들도 독자적으로 환자 기반을 넓히기 위한 전략을 짜내고 있다.
보톡스는 효과가 4개월쯤 지속되기 때문에 환자가 계속 다시 오게 되므로 스무드메드 모델은 성공할 것이라고 로즈 박사는 자신하고 있다. 한번 맞기 시작하면 계속 맞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톡스를 아무 때나 길거리 가게에 들러 충동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주류화시키려는 생각에 제기되는 문제가 있다. 편리함과 가격 위주로 미용의학 제공자를 선택하는 것은 적합지 않다는 것이 몇몇 의사들의 주장인데 이에 대해 엘크우드 박사는 스무드메드 브랜드가 보톡스 편의점을 표방한다고 해서 의료수준이 저하되지는 않는다고 반박한다.
의료수준을 저하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더 새롭고 간편한 보톡스 전달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는 엘크우드 박사는 보톡스는 누가 자기에게 주사를 놓는지도 모르는 채 맞거나, 뜨거운 돌 마사지나 페이셜 스크럽과 똑같이 취급되어서는 안되며 의사가 그 청결성이나 조명을 조절할 수 없는 개인집에서 시술되어서도 안된다고 주장한다.
간호사가 놓는 메디 스파와 달리 스무드메드에서는 앨러겐이 주최하는 보톡스 주사법 강의를 듣고 자격증을 받은 일반의가 주사를 놓는다. 커다란 창이 달린 1,100스퀘어피트 면적의 사무실에 3개의 처치실을 둔 스무드메드에 처음 온 환자는 우선 의사와 상담을 한다. 의사는 환자의 병력을 듣고 얼굴을 진찰한 후 보톡스의 혜택과 위험성에 대해 주지시키며 환자의 얼굴 사진을 찍는다. 필요한 경우 임신 여부도 검사할 수 있다.
시린지건으로 보톡스 사용량을 조절하는 스무스메드에서는 또 새로 개발한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해 환자의 얼굴 어느 부분에 얼마만큼의 보톡스를 주사했는지를 정확히 기록하므로 환자가 다음 번에 계속 처치를 받을 때 편리하다.
스무드메드에서는 보톡스 한 유닛당 12~13달러를 받을 계획이므로 이마나 눈 주변의 경우 대략 250~300달러, 입술 주변은 150달러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들이 보톡스 한 유닛에 지불하는 평균 가격은 전국 12달러, 뉴욕은 15달러 정도. 성형치료는 의료보험으로 커버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스무드메드 같은 보톡스 편의점은 과연 미용주사 주류화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 “보톡스는 신속함과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인하여 충동적으로 맞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UC 샌프란시스코의 피부과 임상교수 리차드 글로거 박사는 “얼굴의 해부학적 구조와 미학에 대해 집중적인 훈련을 거쳤고 보톡스 주사 경험이 많은 피부과나 외과 전문의에게 가는 것이 환자에게 좋을 것”이라고 충고한다. 경험이 많은 자신도 보톡스 주사가 뜻대로 되지 않아 애먹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관계 학회들도 자격증을 갖춘 전문의에게 갈 것을 권장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러나 로즈 박사의 생각은 다르다. 기본 훈련이 됐고 보톡스 주사 경험이 있는 일반의라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는 일이고 스무드메드의 표준화된 처치법이 뒷받침해 주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글로거 박사 같은 사람은 이런 말에 더 분개한다. 보톡스는 그저 주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눈썹과 이마의 모양을 다시 만드는 것이므로 직접 주사를 놓는 부분 뿐만 아니라 얼굴의 전반적인 모습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가에 대한 이해도 요구된다는 것이다. 또한 보톡스를 맞지 않는 것이 더 좋은 환자까지 보톡스를 맞는 것도 우려할 일이라고 덧붙인다.
미용주사는 간호사, 레이저 제모 같은 일은 피부관리사가 맡는 일이 잦은 요즘 스무드메드는 진단과 온갖 종류의 부작용에 대처하는 훈련을 받은 의사와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시스템을 갖췄다고 자부하는 엘크우드 박사는 스무드메드가 성공하면 다른 장소에서도 개업할 계획이다.
<’스무드메드’앞에 선 창업자 앤드루 엘크우드와 마이클 로즈 박사>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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