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을이다. 그래서 모든 게 하나 밖에 없다. 마켓도 하나, 이발소도 하나 하는 식으로. 변호사 사무실도 역시 하나 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변호사 사무실이 또 하나 생겼다. 그 변호사 사무실이 제대로 운영이 됐을까.
작은 마을에 경쟁업체가 둘이나 생겼으니, 잘 안 된다는 게 정답일 것 같다. 이 퀴즈의 답은 그러나 정반대다. 두 변호사 사무실 모두가 성업 중이라는 게 정답으로 돼 있다. 왜. 변호사 증가와 함께 마을 주민들이 소송 재미가 들어서라는 것.
넌센스 퀴즈로, 소송의 천국이란 미국 사회를 풍자한 것이다. 샤핑하기 위해 태어났다. 미국인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말이 이렇게 바뀔 판이다. 소송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세계에서 가장 법치 시스템이 잘 돼 있다. 국민 1인당 변호사수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완숙한 법치 시스템 하의 미국 사회의 강점이자 맹점이 바로 소송의 남발이다.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 미국서 학교생활을 하면서 가장 먼저 깨닫게 되는 게 있다. 한국과 달리 선생님들은 화를 잘 내지도 않고 또 결코 체벌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말을 안 들어도 보통 안 듣는 게 아니다. 여간 개구쟁이가 아니다. 누가 보아도 한대 쥐어박고 싶은 정도로 수업태도가 엉망이다. 그래도 참는 게 미국의 교사들이다.
어떻게 그 정도로 참을성이 있는가. 훈련이 돼 있는 탓도 크다. 그러나 그보다는 소송기피증 때문이라는 것이다.
걸핏하면 소송에 걸려드는 게 미국의 학교다. 학교 재정 중 엄청난 돈이 소송비용으로 쓰여 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미국의 교육 관계자들 사이에 제 1계명은 ‘학생과 학부모의 비위를 건들이지 말라’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학생이 1만명 이상인 학군에서 한 해에 보통 25만~100만달러 가까운 돈을 법정 비용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이런 마당에 거액의 소송을 당한다. 그런 상황을 도저히 감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소송기피 증세는 이제 노이로제에 가깝다. 많은 학교들이 교실 밖에서의 활동을 아예 금지할 정도다. 예컨대 어린이들이 타고 노는 시소를 없애는 등. 왜.
1993년 발생한 뉴욕 트레이드 센터 테러폭발 재판이 그 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테러리스트의 인명피해 책임은 3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68%의 책임은 건물주 측에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소송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 아니다. 버지니아텍 참사가 발생한지 한 주가 지났다. 그런데 벌써부터 그 참사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법정 소송 이야기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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