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의 항변
1633년 70세의 노구를 이끌고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했다는 죄목으로 서슬 시퍼런 중세의 종교재판장에 선 갈릴레오는 천동설을 믿었던 교회의 주장을 인정하고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지구가 자전과 공전의 원운동을 계속하면서 낮과 밤 그리고 계절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다. 골프와 투자에서도 원의 운동은 가장 중요한 기본원리이다.
지구의 기울기
골프는 원의 운동에 근거한 스포츠다. 드라이브에서 퍼팅까지 모든 골프스윙은 원의 운동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끔 일반골퍼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각 클럽에 따라 스윙을 달리 해야한다고 주장하나 원의 모양새가 하나인 것처럼 스윙도 하나이다. 단지 어떤 클럽을 사용하는냐에 따라 원의 지름이나 기울기가 달라 질 뿐이다. 이 점은 드라이버에서 샌드웨지까지 여러 클럽을 한 손에 쥐고 스윙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우리가 스윙에서 추구하는 것은 가장 크고 일정한 원인데 파워의 원천은 원의 크기, 샷의 일관성은 일정한 원을 그리는데 기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이 배합된 일정한 샷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스윙 중심의 이동이다. 즉 스윙의 중심이 셋업시는 몸의 가운데, 백스윙시는 오른쪽 발(오른손 잡이) 그리고 다운스윙시는 왼쪽 발로 옮겨간다. 스윙의 중심을 이동하면서 크고 일정한 스윙을 만들려면 견고한 원의 축을 유지해야 하는데 스윙의 축인 척추를 반드시 곧게하고 허리부터 지구의 기울기 즉 23.5도 정도 기울이는 것이 이상적이다. 두 팔을 자연스럽게 떨어트렸을 땅에 수직인지 확인해보면좋다.
그래도 시장은 돈다
우리는 정보기술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곧 여러가지 신기술이 혼합된 퓨전기술(FT)가 도래한다고 한다. 최근 증권시장은 인터넷과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경제과 기존의 구경제가 격심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양상을 보여왔다. 자산의 형태를 여러 기준으로 구분하는데 그중 하나는 투자유형으로 성장형(Growth)과 가치형(Value)으로 구분한다. 전자는 높은 수익률과 성장이 예상되는 회사들을 지칭하는데 투자자들은 주가가 급등할 것을 예상해 EPS로 가늠하는 실질수익률에 비해 훨씬 비싼 가격을 지불한다. 그러나 후자는 주당순자산이 주가보다 높으며 현재 일반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주식들을 지칭한다. 가치형 투자자들은 언젠가 이들 주식의 순가치가 인정되고 매수가 시작되면 반드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그 대표적인 투자자로 워렌 버펫을 들 수 있는데 얼마 전 신문에서 그가 철도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그의 가치형 투자방식을 다시금 인정하게 되었다. 지난 25년 동안 두 유형의 주식과 투자자들의 시장주도권 싸움에서 성장형이 13차례, 가치형이 12차례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는 치열한 접접을 벌이고 있다. 또한 얼마 전 중국발 쇼크에서 볼 수 있듯이 금융시장의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미국시장과 외국시장의 주도권싸움도 무척 치열해졌다. 수익률를 보면 최근 3년간은 외국시장 특히 Emerging Market이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인터넷과 정보기술의 신경제가 더 발전하고 확산되면 시장주도권 쟁탈전은 가속화될 것이고 그 싸이클도 더욱 짧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소중한 자산을 관리할 때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의 현상보다 투자의 중심원리인 자산배분과 분산투자에 더 많은 관심과 정성을 쏟아야 할 것이다. 지구가 도는 것처럼 앞으로도 투자수익의 95%는 효과적인 자산배분과 분산에 결정날 것이기 때문이다.
(213)347-6058
변재성 <한미은행 투자자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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