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은 용감했다.’
76세 리브레스쿠… 강의실 문 막고 창문으로 도망쳐라
총격사건이 벌어진 미 버지니아공대의 아비규환 속에서 학생들을 살린 노스승의 감동적인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그는 제2차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대학살)의 참화 속에서도 살아 남았지만 이번에는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던졌다.
AFP등 외신에 따르면 이 대학 기계공학과 수석연구원 겸 강사인 리비우 리브레스쿠(76ㆍ사진)씨는 용의자 조씨가 총을 쏘며 2층 강의실로 들어오려는 순간, 문을 가로막고 학생들에게 창문 밖으로 도망가라고 소리쳤다.
누구 하나 나서지 않았더라면 꼼짝없이 희생자가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은퇴할 나이를 훌쩍 넘긴 고령임에도 리브레스쿠씨는 죽을 힘을 다해 조씨의 진입을 막았고, 그 사이 20명의 학생들은 모두 창문 밖으로 달아나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리브레스쿠씨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채 총에 맞아 숨졌다.
이 같은 사실은 살아남은 학생들이 이스라엘에 머물고 있는 리브레스쿠씨의 가족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알려졌다. 그의 아들은 “학생들은 우왕좌왕했지만 아버지는 학생들을 먼저 대피시키는 옳은 결정을 내렸다”며 울먹였다.
유대계로 루마니아에서 태어난 리브레스쿠씨는 소년 시절 한때 우크라이나의 노역장에서 죽을 고생을 했다.
이후 독재정권 치하의 고국을 탈출해 1978년 이스라엘에 정착했고, 1986년부터 버지니아공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끝내 비운을 맞았다. 이 날은 마침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애도하는 기념일(Holocaust Memorial Day)이어서 주위 사람들의 슬픔이 더했다.
한 동료교수는 “홀로코스트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과거의 끔찍한 악몽에도 불구하고 위기상황에서 물러서지 않고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한 그는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했다.
한편 희생자의 신원이 공개되면서 안타까운 사연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인도 출신으로 건축ㆍ환경공학과 교수인 GV 로가나단(51) 교수는 버지니아공대가 선정한 올해의 교수에 4번이나 선정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은 받은 걸출한 선생이었기에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는 총격사건 이틀 전 인도에 살고 있는 어머니에게 전화로 수년 내로 귀국하겠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학교에 함께 다니고 있는 그의 딸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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