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화된 식사습관과 진단방법의 발달로 한국인의 질병 양상이 서양인과 비슷해지고 있고 과거에는 한국인에서는 거의 보지 못했던 궤양성 장염(Ulcerative colitis)이나 크론씨병(Crohn’s disease) 같은 염증성 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도 드물지 않게 진단되고 있다. 미국에 이민 온 일본계 미국인을 보면 이민 1세 일본인과 비교했을 때 이민 2세, 3세로 내려갈수록 질병의 양상이 미국인과 유사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모든 것이 환경이 질병의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말해주고 있다.
20대 초반의 대학 2학년생인 임모씨는 2개월 전부터 대변을 볼 때마다 붉은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화장지에 피가 묻어 나와서 인터넷 찾아보니 변비 때문에 피가 나올 수 있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지만 피는 계속 나오고 2주 전부터는 설사와 함께 복통도 있었다. 학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있는 임씨는 학기말 시험준비로 스트레스가 매우 심한 상태였고 식사도 제대로 못했다. 임씨는 힘들데 시험을 모두 마치고 의사를 찾아왔다.
임씨는 LA에서 나고 자랐고 대학 진학을 위해서 동부로 진학을 했다. 처음 겪는 동부의 춥고 어두운 날씨 때문에 첫 한해는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었지만 잘 이겨내었고 지금은 잘 적응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고등학교 때 시험만 칠 때면 설사와 변비를 번갈아가면서 하는 ‘과민성 대장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의사에게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담배나 술은 전혀 마시지 않고 주말이면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
임씨의 이학적 검진상 특별한 이상이 없었고 직장 수지 검사상 혈변이 묻어나왔고 치질의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혈액검사는 정상이었고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임씨는 대장 내시경 검사를 실시했는데 내시경 검사와 조직검사, 임상증상을 종합해서 궤양성 장염을 진단받았다.
궤양성 장염은 크론씨병과 함께 염증성 장질환의 일종으로 주로 북유럽이나 영국계 미국인에서 많이 발견된다. 하지만 서구화된 식생활 변화와 육류 위주의 식사,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환경 등으로 인해서 한국계 미국인이나 한국인에서도 궤양성 장염의 진단이 늘고 있다. 궤양성 장염의 원인은 유전과 환경 모두가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고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고 있다. 주로 15~30세에 가장 흔하지만 중년 이후에도 발병할 있다. 아직까지 한국인에서는 염증성 장염이 상대적으로 드물기 때문에 세균성이나 바이러스성, 결핵성 장염, 허혈성 장염이나 방사선 치료 후에 오는 장염등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영직 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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