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소아과 의사들이 들고 일어섰다. 어린이들에게 예방주사를 놓아주는 일종의 의료계 첨병 역할을 하는 소아과 의사들이 도대체 무슨 연유로 분개하고 있을까. 돈 때문이다. 어린이 환자들에게 놓아주어야 할 예방주사 값이 턱 없이 올라 비용 대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볼멘소리를 낸다. 가격은 비싼데 보험회사에서는 이를 보전해 주지 않으니 환자와 의료비 사이에서 난감한 처지이다.
1회에 190달러, 3회 나눠 맞는 360달러짜리까지
소아과 의사들 “백신확보에 병원매출 25% 써”
접종 거부·선불 요구·약국서 구입 권고 등 ‘기현상’
주·연방정부도 재정 악화로 무료 혜택 축소 추세
<생후 15개월 된 리안 리가 코네티컷 주 뉴캐넌에서 활동하는 의사 도로시 레빈의 사무실에서 몇 가지 예방주사를 맞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하는 수 없이 예방주사를 생각한 대로 놓아주지 못하고 있다. 코네티컷주 뉴캐넌의 소아과 의사 도로시 레빈은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백신을 놓아주지 못한다. 비용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레빈 박사는 위장염과 설사를 유발하는 로터바이러스 백신 로타테크(RotaTeq, 190달러)와 세 차례에 걸쳐 나눠 맞는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가대실(Gardasil, 360달러)을 취급하는 것을 포기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러다간 자칫 간단하게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을 막지 못해 큰 문제점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일선 의사들에게서 가장 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뉴욕의 메디칼 그룹에서 일하는 허셀 레신 박사는 “백신 주사약을 구입하면 병원 매출의 25%를 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가대실과 로타테크는 아예 구입하지도 않는데도 지난해 백신 주사약 구입비용이 60만달러나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15만달러어치의 백신이 냉장고에 그냥 재고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어린이의 약 85%가 모든 백신을 맞거나 일부를 맞는다. 연방 및 주정부가 어린이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55%에게 무료 백신접종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부분 공공 의료기관이 아니라 사설병원에서 주사를 맞는다. 다시 말해 백신 접종은 사설병원이 거의 담당하는 비즈니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대실과 로타테크를 생산하는 제약회사 머크(Merck)는 현재 문제는 과도기적인 것으로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일반 병원의 70%는 가대실을, 60%는 로타테크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또 머크의 수석부회장 마이클 토마스는 “백신 가격이 역사적으로 낮게 책정됐다”고 덧붙였다.
<백신 주사약을 담은 병들>
하지만 일부 의사들은 제약회사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텍사스주 커빌의 테리 페리먼 박사는 가대실과 로타테크를 취급하지 않을 뿐 아니라 뇌막염, 독감주사도 다루지 않는다. 또 치킨박스, 홍역, 풍진 백신도 환자들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다른 의사들은 환자에게 선불을 요구하거나 약국으로 보낸다.
퀸즈의 미셀 라비토는 딸에게 맞힐 가대실 첫 두차례 백신을 약국에 가서 사라는 처방을 받았다. 라비토의 의료보험에서 커버를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약국에는 보통 재고가 없어 하루 이틀 기다려야 하고 동시에 도매가보다 약 65달러를 더 내야 한다. 1회용이 185달러나 된다. 라비토는 약국에서 산 백신을 의사에게 가지고 가서 딸에게 맞혔다. 라비토는 “불편하고 비싸다”고 했지만 의사를 비난하지는 않았다.
1980년에는 보통 예방주사 맞는데 23-59달러면 됐다. 한 번도 아니고 7번 주사를 맞고 경구약 4번 복용하는 가격이 이 정도였다. 그것도 인플레를 감안한 가격이다. 그러나 요즘 어린이들은 18세까지 37번 주사를 맞고 경구약 3회를 복용해야 한다. 비용이 약 1,600달러이다. 비용은 2001년 이후 3배나 뛰었다. 2005년 이후 시중에 나온 새로운 백신이 가격상승을 더욱 부추겼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백신 가격 상승이 제약회사들에게 백신 연구에 대한 동기부여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했다. 사실 이 분야는 별로 수익이 나지 않아 제약회사들이 그 중요성에 비해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니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비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의사는 물론 연방 및 주정부들도 이에 직면하고 있다. 모든 어린이들에게 무료 백신접종을 해 온 사우스다코타주는 재정악화로 인해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됐다. 워싱턴 주정부는 주 의회에 연간 1,300만달러를 추가로 책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예산 1,600만달러의 거의 2배가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런 주정부들이 늘고 있다. 연방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저소득 메디케어 어린이 등에 대한 백신접종 예산이 2000년 5억달러였으나 이젠 25억달러로 급증했다.
<뉴욕타임스 특약-박봉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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