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D-20… 아직도 유권자 표심은 오리무중
프랑스인들은 변화를 원한다. 변화가 필요하다. 음, 전체가 아니라 약간의 변화면 된다. 아니, 어쩌면 변화가 전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오는 22일 실시되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전을 지켜보는 외국 특파원들의 눈에 비친 프랑스인들의 심리상태다.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지방 소도시 에브뢰의 대변인 패트릭 라제는 선거가 20일 앞으로 다가온 요즘 사람들이 개혁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으면 몇년전 에브뢰의 도로보수 공사가 생각난다고 말한다.
당시 에브뢰의 신임시장이 도로시스템 전면보수를 선언했을 때 모든 사람들은 진작했어야 했다면서 대 찬성을 표시했다. 그러나 보수팀이 길을 파헤치기 시작하자 주민들의 반대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안돼(Non), 공사 소음이 너무 심해. 안돼, 공사 방향이 틀렸어. 안돼, 지금은 시기가 나빠. 연휴가 지난 후가 낫겠어. ‘농’(non, 불어의 no)은 프랑스에서 매우 인기있는 단어다.
“프랑스엔 개혁이 필요합니다. 누구나 동의하지요. 그러나 이 개혁이 당신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프랑스인 대부분은 그 순간 보수파로 변하며 자기는 개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각종 규제강화와 경직된 경제로 발목잡힌 시스템을 개탄하며 라제 대변인은 말한다.
인구 5만 소도시의 도로공사 에피소드는 문제와 매력을 동시에 갖춘 프랑스의 특성을 잘 말해주고있다. 프랑스 전국과 마찬가지로 에브뢰의 실업률도 거의 9%에 이른다. 연평균 소득은 1만8,250달러에 불과하다. 연쇄적인 공장 폐업과 함께 지역경제는 침체상태다. 세제혜택 등을 제시하며 새 비즈니스를 유치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에브뢰의 자동차부속제조사들과 전자회사들은 값싼 노동력을 쫓아 뉴델리와 체코로 이전 중이다.
젊은이의 3분의1이 실업자다. 2년전 대부분 북아프리카출신인 소수계 청년들이 방화와 약탈로 거리를 휩쓴 10일간의 난동을 주민들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충격이었습니다. 파리같은 대도시가 아닌 이 작은 지방 도시 에브뢰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다니요!”
에브뢰 주민들의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일상으로 스며든 이런 모든 문제들을 피부로 느끼며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주의깊게 듣는다. 선두주자는 3명이다. 집권당 후보로 내무장관인 니콜라 사르코지와 사회당 후보로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꿈꾸는 세골렌 루아얄, 그리고 캠페인 막바지에서 눈에 뜨이게 약진 중인 프랑수아 바이루 후보다.
절대적 인기를 누리는 후보는 없다. 3명 모두 유권자들에겐 성에 차지 않는 후보들이다. 사르코지 지지자들은 그가 마가렛 대처같은 강한 추진력을 보여주기 원하고 바이루 후보에 끌리는 사람들은 그에게서 토니 블레어의 면모를 찾는다. 루아얄의 지지자들은 여성으로 중도좌파인 그가 변화다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파리출신으로 30년전 에브뢰에 정착한 작은 건설회사 사장 기 푸파르뎅(55)은 사르코지를 지지한다. “시스템을 개선해 노동시장을 개혁하여 경제를 부활시킬 수 있을듯한 후보”여서다. 그는 사르코지가 ‘80년대 대처처럼 경제부흥을 위해 철의 의지를 보여주기’를 기대하지만 사르코지가 재정난에 빠진 에어버스 구제를 위해 정부보조를 주선했다는 보도를 들은 후엔 배신감을 느낀다. “우리는 아무리 힘들어도 도와주지 않는 정부가 왜 그들은 도와줍니까?”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라는 역사 만들기에 흥분하는 유권자도 많지만 루아얄의 좌파 성향을 단호히 거부하는 여성 유권자들도 상당수다. 맞벌이 부부로 소셜워커인 40대 주부는 특히 주 35시간 근무제를 폐지할 후보를 원한다. “근로자들에게 35시간 이상 일을 못시키게 하는 것도 좋지요. 그러나 꽃을 살 돈도, 영화 갈 돈도 벌지 못한다면 남는 시간을 뭐에다 씁니까?” 그는 사회당인 루아얄에 등돌리고 중도파인 바이루에게 기울고 있다.
“사람들은 변화를 말하지만 실상은 매우 보수적이지요. 내일이 두려워서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이라도 지키려는 겁니다”
이같은 두 생각이 대부분 유권자들의 머릿속에서 부딪치면서 프랑스 대선 정국은 아직도 예측불허의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왼쪽부터) 중도우파의 집권당 후보로 선두 달리는 니콜라 사르코지.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꿈꾸는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캠페인 막바지에서 약진 중인 중도파 프랑수아 바이루>
바이루, 결선 진출하면 승리 예측
이번 대선엔 12명의 후보가 등록했지만 실제는 선두주자 3명의 싸움이다.
투표 20일을 남겨놓은 현재 판도는 한마디로 각축전이다. 29일 발표된 BVA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집권당의 니콜라 사르코지가 28%,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이 27%, 중도파 프랑수아 아이루가 20%로 나타났다. 열흘전 르 피가로의 조사에선 순위는 같지만 지지도는 31%, 24%, 22%였다.
만약 4월22일의 1차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5월6일에 1위와 2위간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르 피라로의 조사에선 만약 바이루가 1차투표를 통과하고 결선에 진출할 경우 누구와 맞붙어도 승리할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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