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한인 이민노동자들이 업랜드 퍼스트 장로교회에서 메리 스튜어트 부인(앞줄 가운데)과 찍은 사진. 한인 노동자들의 말쑥한 양복차림이 이채롭다. <데일리 뷸러튼 제공>
지역신문‘데일리 불러튼’ 1915년 자료 발굴
1900년대 초 인랜드 지역의 초기 한인 이민노동자들의 모습과 생활상을 가늠케 하는 한 장의 사진자료가 공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화제의 사진은 1915년께 업랜드 지역에서 농장 노동을 하며 미국 교회에 다니던 한인들을 담은 모습으로 업랜드 퍼스트 장로교회(Upland First Presbyterian Church)의 옛 자료들 속에 묻혀 있던 것을 이 지역 일간지인 ‘데일리 불러튼’(Daily Bulletin)이 최근 발굴해 공개한 것.
90년이 넘는 세월을 뛰어넘어 당시 한인 이민선조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 사진은 특히 한인 노동자들을 헌신적으로 지원하던 백인 농장주 부인의 스토리가 배경에 깔려 있다.
데일리 불러튼의 칼럼니스트 조 블랙스탁에 따르면 당시 이 교회는 업랜드와 클레어몬트 지역에서 일하는 한인 노동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신도로 맞아들였는데 여기에는 당시 업랜드의 농장주 윌리엄 로이드 스튜어트의 부인 메리 스튜어트 여사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스튜어트 여사는 자신의 농장에서 일하는 한인 노동자와 가족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영어를 가르치고 아픈 사람에게 약을 나눠주는 등 적극적으로 한인들을 돌봤다고 한다.
당시 한인들은 중국인 노동자들처럼 백인들의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고 주민들이 농장의 한인 노동자 숙소에 돌을 던지며 공격하는 일도 있었는데 스튜어트 여사는 “한인들은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는 정직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에 대한 적대적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한인들을 보호하려 애썼다는 것.
교회 관계자에 따르면 1910년대 중반 당시 업랜드 퍼스트 장로교회에 다니던 한인들은 약 50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리버사이드와 업랜드, 클레어몬트 등 인랜드 지역은 1900년대 초부터 한인 초기 이민자들이 주로 농장노동을 하며 정착한 곳으로, 도산 안창호 선생도 190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리버사이드로 이주한 뒤 오렌지농장에서 노동을 하며 한인들에게 일자리를 알선해 주고 성경과 영어 공부를 함께 하기도 했다.
1887년 설립돼 120년의 역사를 가진 업랜드 퍼스트 장로교회의 사료 담당자는 “이번 사진은 교회 내에 흩어진 사료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며 “당시 상당히 많은 한인들이 교인이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김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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