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해서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개인 부채 이야기를 블로그로 만천하에 광고하는 것이 빚에서 헤어나는 지름길이란다. 미시간주 북부에 사는 트리샤는 한 세대 전만해도 생각조차 할 수 없었고 실현은 더더욱 불가능했던 일을 한다. 자신의 경제생활을 시시콜콜 온라인에 올리는 것이다.
남보기 창피하지만 시시콜콜 매일 기록
“빚도 많은데 소비 심하다” 질책 받을까봐
절약생활 하다보니 어느새 부채 다 갚아
자신의 순자산(마이너스 3만8,691달러), 크레딧 카드 밸런스와 이자, 지난해에 자신의 빚에 관한 블로그를 시작한 이후 갚은 금액(1만5,312달러) 등이 자세히 적혀 있는 트리샤의 일기 www. bloggingawaydebt.com은 최근 몇년 동안 제일 친한 친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을 자신의 내밀한 주머니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털어놓으며 인터넷의 익명성을 누려온 수십개 블로그 중 하나이다. 자기의 급한 사정을 노출시켜 놓고 보니 부채를 줄여야만 한다는 사명감과 자제심이 우러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 블로그들은 늘어나는 부채와 모기지 지불 불이행, 불확실한 미래로 고통 받는 미국 가구들의 모습을 놀랍도록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보여주는 창구들이다. 2006년에 미국 가구의 평균 부채액은 총 2만1,000달러, 그중 7,200달러가 크레딧 카드 빚이었다.
‘푸어러 댄 유’(www.kgazette. blogspot.com)라는 블로그에는 20세난 영화학교 자퇴생의 경제생활이 묘사돼 있다. “어제는 서브웨이에서 점심 값으로 총 8달러를 쓰고 목록을 가지고 장을 보러 갔다. 목록에 없는 것은 하나도 사지 않았다” 같은 이야기들이 주로 쓰여져 있다. www.saveleighann. blogspot.com에서 리 앤 프레일리(37)는 크레딧 카드 빚 1만9,947달러에서 헤어 나온 자신의 매일 매일의 기록을 보여준다.
북가주의 한 은행에서 개인재산 관리에 대한 세미나를 하는 프레일리는 “남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빚에서 헤어 나올지를 가르치면서 나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하다 블로그에 모든 것을 적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그 블로그에는 시간이 남아 있는 미터기에 주차해서 20센트를 절약한 것까지, 가족에게도 말하지 않았을 일들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프레일리가 지난 12월에 마침내 빚을 청산하면서 그 사실을 가장 먼저 알린 것 역시 블로그였다.
보스턴에 사는 부부로 ‘킹 앤드 퀸 오브 뎃’으로 알려진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둘이 같이 쓰는 블로그 ‘위 아 인 뎃’(www.weareindebt.com)을 시작했다. 당시 3만4,155달러70센트에 달했던 크레딧 카드 빚과 학자금 융자로 쓴 12만달러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대화의 장이었는데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됐다.
트리샤도 인터넷에서 다른 블로그를 보고 자신의 블로그를 시작하게 됐다. 그 블로그 www.thedebtdefier.blogspot.com을 쓴 여자는 1년 남짓 만에 크레딧 카드 빚 1만9,794달러23센트를 모두 갚았다.
트리샤도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금전적으로 큰 위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정규적으로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아 야금야금 빚이 쌓이기 시작했다. 크레딧 카드 회사들이 자꾸 안겨주는 카드를 조금씩 쓰다 보니 그렇게 됐다.
조지아에 사는 또 다른 블로거 ‘노 크레딧 니디드’는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고, 또 계속해서 그렇듯 ‘이 크레딧 카드 빚을 다 갚을 것이지만 이달은 그냥 지나가자’고 하다 보니 어느덧 5,000달러의 밸런스를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제 빚도 다 갚았고 크레딧 카드까지 없앴다는 그의 블로그 www.ncnblog.com과 www.ncnnetwork.com에 실리는 부채 감소 서비스 광고로 그는 소액이지만 돈까지 번다.
트리샤도 대학 1학년 때 캠퍼스에서 커다란 캔디 바를 사은품으로 주는 판촉행사 때 비자 카드를 열었다. 이후 미니멈 페이먼트만 겨우 했는데도 크레딧 카드 회사들이 계속 새 카드를 주고 크레딧 한도를 올려주는 바람에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총액이 3만7,000달러를 넘어섰다. 자신의 1년 벌이보다 크레딧 카드 부채가 더 많아졌는데도 언젠가는 돈을 더 많이 벌어 갚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자신의 빚에 대해 부모나 친구에게 한 번도 상의한 일이 없던 그녀는 블로그를 쓰면서 자신의 지출에 신경이 쓰여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블로그 독자는 모두 모르는 사람이니까 혹시라도 자기를 우습게 볼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LCD TV를 사고 싶은지 오래됐지만 볼 때마다 블로그에 그것을 샀다고 쓸 생각을 하면서 유혹을 이겨 냈어요”
‘메이크 러브, 낫 뎃’(www. makelovenotdebt.com)을 쓰는 약혼한 커플은 부채가 7만787달러94센트. 이들의 글에 단 독자들의 댓글은 언제나 상냥하지만은 않다. 한 켤레에 500달러짜리 구두를 사들이는 여자, 2만5000달러가 들 결혼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한 독자는 “자신이나 부모를 빚지게 하는 결혼식을 하려는 당신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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