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두세가지 일하기 작업장 손실 연 6,500억달러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면서 전화 통화하고, 짬짬이 e메일 체크하고, 인스턴트 메시지를 주고 받는 등 멀티태스킹을 잘 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이 기사를 꼭 읽어봐야 한다. 멀티태스킹의 한계를 보여주는, 최근 출판됐거나 출판 예정인 연구 몇가지가 밝혀낸 사실을 숙고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를 한 뇌과학자, 심리학자, 경영학 교수들은 직장에서 근무할 때, 공부할 때, 운전할 때는 멀티태스킹을 삼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뜻을 비치고 있다.
<뉴욕 타임스 스퀘어의 자전거 메신저. 위험할 수 있는데도 자전거를 타거나, 걷거나,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셀폰 같은 디지털 장치를 사용하는 장면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볼 수 있다>
일하며 e메일·운전하며 셀폰… 실수 잦고 동작지체
뇌 능력 한계 “하던 일 돌아오는데 적잖은 시간 소요”
이 전문가들이 내놓은 기본적인 충고 몇가지는 아래와 같다. e메일 메시지는 잦아야 한시간에 한번 정도만 체크할 것, 공부할 때는 부드러운 배경 음악을 들어야 집중력을 개선시킬 수 있지 가사가 있는 노래, 인스턴트 메시지, 텔리비전 쇼 같은 것을 듣거나 보면 집중도가 떨어진다. 운전중 셀폰 통화는 핸즈프리 헤드셋을 사용하더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미시건대학의 뇌, 인식 및 행동 실험실의 데이빗 메이어 실장은 “멀티태스킹은 작업 속도를 늦추고 실수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한다.
밴더빌트 대학의 인간 정보처리연구소장인 뇌과학자 르네 마르와도 인간의 뇌는 수천억개의 뉴런과 수천조의 시냅시스 연결 덕분에 여러 방면으로 강력한 인식능력을 자랑하지만 한번에 두가지 일에 집중하지는 못하는 핵심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작년 12월 ‘뉴런’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마르와를 비롯한 4명의 밴더빌트 대학 연구진은 MRI를 사용, 동시에 두가지 일을 처리하려 할 때 뇌속에서 일어나는 병목현상을 집어내고 일의 효율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측정했다. 참가자들에게 두가지 숙제를 주고 소리와 이미지에 반응하도록 한 것인데 첫번째 과제는 8가지 소리 중 하나를 듣고 난 다음에 컴퓨터 키보드에서 맞는 키를 누르게 하는 것이고 다른 과제는 8가지 이미지 중 하나를 본 뒤에 정확한 모음을 소리내도록 했다. 그런데 참가자들에게 한번에 한가지 일을 시켰을 때는 지연 현상이 전혀 없었으나 두가지 일을 거의 동시에 하게 하니까 두번째 일에 대한 응답이 최고 1초까지 지연되는 것이었다.
일상생활에서는 어떤 일이 1초 정도 늦어지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밴더빌트대학 연구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셀폰으로 통화하는 것이 위험함을 의미한다. 시속 60마일로 달리던 중 해야할 반응이 1초 늦어진다면 그 결과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 마르와는 요즘 운전할 때는 셀폰을 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도 받은 e메일이나 인스턴트 메시지 답장을 한 다음에 다시 보고서를 쓰거나 컴퓨터 코드를 쓰는 본연의 업무로 복귀하는데 평균 15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에릭 호비츠는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정신이 산란해지며 다시 하던 일로 돌아오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를 알고 놀랐다”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이 정도면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요즘같은 컴퓨터 시대에 테크놀로지는 정보과잉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는 동시에 문제 해결의 도구도 된다. 이달에 전국경제연구소 총회에 제출된 논문에 따르면 컴퓨터는 사람들이 작업량을 조절하도록 돕기도 한다. 한 간부급 인력공급회사의 프로젝트들과 12만5,000통에 달하는 e메일 메시지, 그 회사의 수입과 인건비, 리크루터들이 사용하는 테크놀로지를 분석한 결과 e메일과 그 회사의 특수 데이터베이스를 가장 많이 사용한 직원들이 가장 생산적으로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크놀로지로 자신의 두뇌를 보완하고 더 많은 일들을 추적할 수 있었던 것.
그러나 일정한도 이상의 멀티태스킹을 할 경우에는 프로젝트 완수와 수익을 창출하는 비율이 감소했다. 간부 상대 리크루터의 경우 적정 작업량은 4~6가지 프로젝트를 각각 2~5개월 동안 수행하는 것이었다.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셀폰 통화에 열중하고 있는 소년>
과도한 멀티태스킹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을 금액으로 정확히 산출해 낼 수는 없지만 상당히 많을 것임은 짐작할 수 있다. 비즈니스 리서치회사 베이식스의 수석 분석가 조나단 스파이라는 갖가지 업무 방해로 인해 연간 미국 경제가 입는 손실을 6,500억달러 정도로 추산한다. 이 금액은 18개월 전에 전문직업인과 사무실 근무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와 인터뷰 결과를 업데이트한 것으로 그들은 업무중 방해, 이후 다시 하던 일로 돌아가기까지 쓰는 시간이 전체의 28%를 차지한다고 대답했었다.
그러나 6,500억달러라는 숫자는 이 큰 문제를 숫자로 풀이하기 위해 대충 어림잡은 것이라고 밝힌 스파이라는 작업중 방해란 절대 없어질 수도 없고 없애서도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일이 되고 아이디어가 공유되기 때문. 한 사람에게는 방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업무 협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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