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LA사무소의 모린 오크롤리 마케팅 매니저는 자신을 ‘사실상의 한국인’이라고 소개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은호 기자>

오크롤리 한국관광공사 LA 마케팅 매니저

주한미군 아버지따라 소녀시절 서울서 2년
19세때 한국인과 결혼“난 사실상 한국사람”

“한국에서의 2년은‘의심할 여지없이’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간이었어요. 저는‘사실상’한국 사람이지요.”
지난 22일 정오 한국관광공사 LA사무소에 열린 김관용 경상북도 지사 환영연 자리. 이날 환영연에서는 백인 여성의 한국어 조크에 한바탕 웃음꽃이 지지 않았다. 마케팅 매니저로 근무하는 모린 오크롤리씨가 완벽한 경상도 억양으로 “우리가 남이가”라는 환영 인사를 한 직후였다.
오크롤리 매니저가 이처럼 억양까지 정확한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주한 미군으로 근무했던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서 2년 동안 살았던 경험 때문이었다.
그녀는 10대 소녀 시절이던 1972~74년까지 2년 동안 서울 용산 미군 부대 안에서 살았다. 부대 안은 집에서부터 식당과 학교 등 모든 시설이 미국과 동일해서 부대 밖으로 나가지 않는 한 한국을 경험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그녀는 호기심 많은 소녀답게 버스를 타고 서울 곳곳을 돌아다녔다.
“다른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부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어요. 하지만 저의 아버지는 달랐죠. 이런 기회가 다시는 없을 거라며 많이 다니라고 했지요.” 당시는 서울에 지하철이 개통되기 전이라 그녀는 동부 이촌동에서 출발하는 38번 시내버스를 고려대학교가 있는 안암동이며 서울 이곳저곳을 많이도 돌아다녔다.
그녀가 버스를 타고 혼자서 돌아다니면 한국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듯 그녀를 쳐다보곤 했다. 아버지가 한국 국방부에 파견 근무한 덕분에 박정희 대통령을 만나는 행운도 누릴 수 있었다. “육사 졸업식에 아버지를 따라 간 적이 있어요. 거기서 박정희 대통령을 봤는데 아직도 기억이 선명합니다. 유재형 국방장관은 키가 아주 컸었죠.”
2년 동안의 서울 생활을 마친 그녀는 아버지를 따라 LA로 돌아왔다. 고교를 졸업하고 처음 잡은 직장이 대한항공 미주본부였다. 윌셔그랜드호텔 맞은편 대한항공 사무소가 그녀의 첫 직장이었다.
이곳에서 한국인 이창덕씨를 만났고 1977년에는 결혼했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열아홉. 아직 대학을 마치기 전이었다. (대학은 2002년에야 졸업할 수 있었다.) “사무실에서 저에게 유일하게 불친절했던 사람이 남편이었는데 어느 날 회식을 한다고 했어요. 집에 늦게 늘어간다고 전화를 거는 모습에 남편이 감동을 받았나봐요. 그 때 이후로 한국 음식을 자주 사주곤 했어요. 사실 저는 오래 동안 한국 음식을 못 먹었던 터라 한국 음식을 먹게 돼 좋았었죠.”
그 뒤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됐고 남편이 한국 본사로 발령 받게 되자 회사를 사표를 내고 미국에 남게 됐다. 이 후 그녀는 팔로스 버디스에 여행사를 차렸다.
그러다가 지난해 그녀에게 전환이 기회가 생겼다. 바로 한국관광공사 LA사무소에 마케팅 매니저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제 스스로에게 변화가 필요하던 시기였어요. 마침 한국을 알릴 마케팅 전문가를 찾고 있길래 제가 딱이라고 생각했어요. 관광도 알고, 한국도 알고. ‘완벽한 어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현재 미국인들을 상대로 ‘한국’이라는 관광 상품을 알리는 데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24일부터 일주일동안은 미국에 있는 여행 전문가 100명 함께 한국에서 열리는 컨벤션 행사에 참가한다. “한국에 가면 ‘집에 온 듯 편안함’을 느낍니다. 저는 사실상의 한국 사람이지요. 한국을 미국 사람들에게 더 많이 소개하고 알렸으면 합니다”

<정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