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변호사가 주범 주장
골프장 사장 납치사건 핵심 인물 정모씨가 16일 새벽 긴급체포돼 인천공항 경찰대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H골프장 사장 납치 사건’의 주범 3인방 중 1명으로 지목돼 수배 중이던 인수합병(M&A) 전문회사 대표 정모(39)씨가 사건 발생 18일 만에 검거돼 사건 수사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정씨는 3공 당시 최대 미스터리 사건의 주인공이었던 정인숙 여인의 아들로 확인됐다.
생전의 정인숙 여인이 아들을 안고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인천공항경찰대는 16일 오전2시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H호텔을 급습, 정씨를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H골프장 사장 강모(55)씨의 외삼촌 윤모(66ㆍ구속)씨,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김모(41ㆍ구속)씨와 공모해 지난달 26일 강씨를 인천공항에서 납치, 골프장을 빼앗으려 한 혐의다. 경찰에 압수된 윤씨의 메모장에 따르면 정씨는 골프장 매각대금 3,500억원 중 1,500억원을 챙기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골프장 사장 납치사건 핵심 인물 정모씨가 16일 새벽 긴급체포돼 인천공항 경찰대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이들 3인방이 강씨에게
서 골프장을 인수한 뒤 거액에 되팔아 수익을 배분키로 하고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정씨의 BMW 승용차가 H호텔로 이동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일대를 탐문 수사한 끝에 정씨의 소재를 파악해 냈다.
정씨 검거로 의혹투성이인 납치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지 주목된다. 이미 구속된 김 변호사는 경찰에서 “정씨가 범행을 주도했으며 강씨를 아예 살해하자는 제안까지 했다”며 “강 사장과 정씨의 자작극을 밝히기 위해 가담한 척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윤씨는 물론 납치를 실행한 경호업체 직원들의 진술도 엇갈려 각종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정씨는 그러나 경찰에서 “납치를 기획한 주범은 오히려 김 변호사이며 나는 그 시나리오에 따라 행동에 나섰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납치를 실행한 사설 경호업체 팀장 김모씨를 말레이시아로 도피시킨 것도 김씨”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정씨와 김 변호사간 대질 심문 등을 거쳐 사건의 실체를 밝힐 예정이다.
정씨는 체포 직후 자신이 1970년 3월 의문의 죽음을 맞은 정인숙(당시 26세) 여인의 친아들임을 인정했다. 정씨는 정 여인의 아들과 이름ㆍ나이가 똑같고 출입국 기록 사실도 일치해 친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을 낳았다. 이에 대한 부담을 느낀 듯 정씨는 “경찰에서 조사를 다 받은 후 언론 인터뷰에 응할지 생각해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어머니가 많은 사연을 가슴에 품고 죽은 게 3월17일인데 아들인 정씨가 37주기를 하루 앞둔 16일 납치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며 “유죄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정씨의 인생 유전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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