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TV에 이명박 전 서울시장 출판회 뉴스가 나오는데 정말 기이한 장면이었다. 출판회에 모여든 사람이 무려 2만여명인 데다 서로 눈도장 찍으려고 아우성인 모습은 한국에서 권력을 잡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실감나게 보여 주었다. 출판회에 2만명이 몰려들다니 기가 막힌 일이다.
눈길을 모은 것은 이명박씨가 입장할 때 YS와 함께 들어왔다는 점이다. 이 날의 YS 모습은 평소의 소신 있고 배짱 좋은 YS답지도 않거니와 전직 대통령답지도 않았다. 이명박씨를 지지한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는지는 몰라도 마치 이명박씨의 들러리 같아 보기에 민망했다. 출판회에는 한나라당 국회의원 60여명과 대학교수, 연예인, 예술인 등 각계 인사들 그리고 종교계 지도자들 까지 총출동해 사람 줄 세우기 세 과시 집회장을 연상케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욕먹는 것 중의 하나가 자기 사람 줄 세우고 당선된 후 끼리끼리만 해먹는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 사실이다. 이날 모임을 보니까 이명박씨도 줄 세우기를 좋아하는 인상이 짙어 “저 사람이 집권하면 과연 나라 분위기가 참신해 질까”하는 의심이 들었다.
이명박씨의 인기는 노무현씨에 대한 실망이 가져온 반동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이씨에 대한 국민의 존경이 깊어 그런 것은 아니다. 지금처럼 세과시를 무기로 삼는다면 머지않아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인들은 너무 세를 과시하면 후보에 대해 반발하는 기질이 있다. 우르르 따라다니는 것이 과거 정치풍토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어 실망스러웠다. 뭔가 이명박씨는 선거 풍토에서부터 다른 것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이명박씨의 인기는 한때 50퍼센트 선에 이르러 보나마나 당선 아니냐는 추측까지 불러일으켰으나 지금은 40퍼센트 선으로 후퇴했다. 인기가 이렇게 올라가니까 이명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아졌는지 약간 어리둥절해질 지경이다. 미주 한인사회에도 “나라사랑, 명박사랑” “MB 러브” “MB 팬클럽연대” “한민족 대운하 네트웍” “이명박 후원회” 등등 이명박 후원단체가 갑자기 늘어나 서울 못지않게 선거열기가 뜨겁다.
“이명박 사랑”이라는 표현은 좀 어색하다. “노사모”에서 사랑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는데 당시 노무현씨는 돈도 없었고 선거에도 여러 번 떨어져 별 볼일 없는 존재였다. 그래서 그를 동정해서 식당 웨이트리스들까지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에 회원으로 가입해 성금을 보태준 것이다. 이명박씨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명박씨는 재산도 있고 서울시장도 지낸 현 정국 실세의 인물이다. 불쌍한 정치인이 아니고 힘이 너무 강해 지금 그 힘을 조정하는 것을 숙제로 안고 있는 정치인이다. 명박 사랑은 그의 당선이 확실시 되니까 가까이 해보려는 인상을 주기 쉽다. 차라리 이명박 후원 클럽, 지지 클럽 등의 명칭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명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 만약 이명박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정통성을 내세우며 마찰을 빚는다면 명박 사랑이 명박 미움으로 변할 수도 있다. 사랑과 미움은 항상 같은 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clee@koreatimes.com
<이 철 /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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