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에서 본 어느 언론인의 장례식이 너무 인상 깊었다. 그것은 CBS-TV의 인기프로인 ‘60 MINUTES’의 취재진 에드 브래들리 기자의 장례식이었다. 장례식에 참석한 조객들이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을 흔들며 노래하고 유명한 트럼핏 연주자인 마살레스가 행진을 이끄는 모습은 마치 고인이 하늘나라에 가는 순간을 쳐다보는 것 같은 입체감이 있었다. 한국인의 기준으로 보면 장례식에서 밴드가 나팔을 불며 재즈를 연주한다는 것은 고인을 욕되게 하는 것이겠지만 흑인 문화에서는 오히려 더 엄숙해 보이고 잘 어울리는 장면이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거행되는 장례식에 참석한다면 어떻게 느껴질까. 고인에게 엄숙하게 절을 한 후 바로 옆방에 건너와 소주를 마시며 떠드는 광경은 잘 이해가 안 될 것이다. 마치 장례식에 술 먹으러 온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더구나 장례식장에서 도박성의 화투놀이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미국에는 120여개의 마이너리티 커뮤니티가 있기 때문에 다른 커뮤니티가 받들고 있는 전통이나 관습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한다. 얼마 전 친지의 자녀가 중국계와 결혼하게 되어 참석한 적이 있는데 코리안 하객 중에 까만 옷을 입고 온 여성들이 있었다. 중국인들은 검은 색을 죽음과 연결해 생각하기 때문에 검은 드레스 입고 가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미국인들이 유난히 신경을 날카롭게 세우는 것 중의 하나가 줄서기 문화다. 새치기 하면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화를 낸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밥값을 한 사람이 내기 때문에 누가 먼저 가서 서 있으면 나중에 친구들이 합세하는 식으로 만난다. 이같은 장면은 미국인들에게 굉장히 불쾌하게 받아들여진다. 미국에서 줄서는 문화는 개인으로 받아들여진다. 가족이 뷔페식당에 왔다 해도 모두 줄을 서는 것이 예의지 가족 중 한 사람이 대표로 서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딴 짓 하다가 입장할 때 와 몰려드는 것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랍국 또는 파키스탄이나 인도, 네팔 사람들 집에 가서 왼손으로 어린이 머리를 귀엽다고 만지면 큰 실례가 된다. 이들은 과거 왼손을 변을 보는데 사용해 왔기 때문에 더러운 것으로 생각하며 특히 인도인은 밥 먹을 때 왼손 사용은 금기다. ‘최고’ 또는 ‘좋다’는 뜻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심지어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엄지손가락을 올리면 섹스와 연관해 해석하기 때문이다.
일본인과 밥 먹고 난 후 내가 계산을 다 해버리는 것은 결코 한턱내는 자세가 아니다. 이들은 남이 자기 밥값을 내면 굉장히 거북해 한다. 사전에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일본인들의 이른바 더치페이는 유명해 식당에 앉으면 어떻게 쪼개서 내느냐를 화제 삼을 때도 있어 한국인들에게는 불쾌할 때가 있다.
코리안 커뮤니티의 노인들이 정말 신경 써야 할 것은 야외 온천장에서 할머니들이 고쟁이를 입고 탕을 들락날락 하는 것이다. 그 속옷은 물에 들어가면 몸에 꽉 붙게 되어 있어 보는 사람의 얼굴이 달아오를 지경이다.
미국 식당에서 어린이를 뛰놀게 내버려 두는 것, 이것도 좀 집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다. 그리고 큰 소리로 떠드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우리의 목소리가 얼마나 큰가는 화장실에 다녀와 보면 감이 잡힌다. 홀 안 여기저기서 한국인 테이블을 힐긋힐긋 쳐다보는 손님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모습이다.

<이 철> 이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