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 노력, 정직으로 50여년간 안경을 만들어온 이태리안경의 김종영 회장. <진천규 기자>

“예술가정신 없었다면 못했죠”

전체직원 200여명
50개주 제품공급

“내가 아는 것은 안경뿐입니다.” 이 진솔한 고백이 고객들과 감동 어린 교류를 한지 거의 30년이 됐다.
그는 이 표현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의미한다고 했다. 장인의 혼이 담긴 안경으로 고객들의 믿음을 쌓아가겠다는 경영 철학이 담겨져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태리안경의 김종영 회장. 이태리안경(978 S. Vermont Ave.)은 판매점뿐만 아니라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전체 직원이 200명을 상회, 그를 회장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믿음
판매에서 생산에 이르기까지 이 회장이 안경에 관한 일을 한지 올해로 50년이 넘는다. 6.25 전쟁으로 부산에서 피난하던 시절부터 그의 말대로 먹기 살기 위해 그는 안경과 인연을 맺었으며 지금까지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78년10월 알래스카를 통해 미국에 정착했다. 정직한 사회에서 살고 싶어 미국에 왔다고 했다.
안경밖에 모르는 그가 안경점을 여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 이태리안경은 79년 한인들과 첫 대면을 했고 LA 한인타운에서 한인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업소의 하나로 성장했다.
그는 “안경점은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서 필요한 업종”이라며 “지금까지 정교한 안경을 만드는 일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책을 읽는 것 외에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도 않고 별 다른 취미가 없어 재미가 없는 사람이라고 자평했다. 다만 예술에 임하는 예술가의 마음으로 안경을 만들어 왔다고 자신했다. 광고에 삽입된 ‘이태리안경이라면 믿을 수 있다’라는 문구는 그의 자신감을 대변한다. 그는 “지금도 좋은 안경을 보면 마음에 작은 흥분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주류사회를 향한 발길
4.29 폭동은 이태리안경이 미래를 심각하게 생각케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 회장은 주류사회 시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업소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했다. 97년 올림픽과 웨스트모어랜드 코너에 렌즈 등을 만드는 이태리안경 공장이 문을 열게 된 배경이다.
이 회장은 “이삭을 줍겠다는 심정으로 공장의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성공의 열매를 따기가 쉽지 않았던 분야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이태리안경은 섬세한 기술을 요구하는 무태 안경으로 우뚝 섰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 대표가 끼고 있는 무태 안경은 이태리안경이 만든 것. 이태리안경의 제품은 현재 미 전국 50개주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는 “첨단의 기계는 반드시 구입한다”며 “보다 나은 안경을 만들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 계획
이 회장은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안경점을 운영하면서 돈을 번 금액에 관계없이 생활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며 “이태리안경을 운영하는 일이 늘 재미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태리안경의 영업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로부터 다른 곳에 눈을 돌려보라는 유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안경 만드는 일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한 우물을 판 경영자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공동 분모는 정열, 노력, 정직…… 하지만 이태리안경이 차분한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는 “남에게 빚을 지지 않고 업소를 운영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213)385-1656

<황동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