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은 미국에 사는 한인들에게도 정말 특별한 날이다.
한국에서 해마다 설을 쇠기 위해 먼 고향을 고생스럽게 찾아가 차례도 지내고, 세배를 돌기도 하던 아련한 추억이 핏속에 흐르고 있는지 그냥 지나쳐 보내기 힘든 것 같다. 어떤 단체 회원들은 설날 잔치와 설날 모임을 갖고 떡국을 먹기도 하고, 또 많은 사람들은 떡집에 미리 떡을 주문해 명절 떡을 식구들끼리, 가까운 사람들끼리 나눠 먹는다. 또 고국의 친지들에게 정성어린 송금도 하고..... 아무튼 식품점에 가서 한 봉지 썰어놓은 가래떡이라도 사 가지고 집에 들어가 떡국을 끓여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한국에선 벌써 ‘설날’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전에 구정이라고 부르며 신정을 지킨 기억때문인지 미주 동포사회에서는 아직 구정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다.
“구정 맞이 한국 송금 무료,” “구정 맞이 대세일” 등등.
설날을 앞둔, 한국 생활용품들로 가득한 달라스 한인상가 내 아모레 백화점의 매장 풍경은 부모와 자식들 사이에 정이 넘쳐나는 모습이었다.
“아버지, 사이즈 36이면 되시겠어요?” 핸드폰을 귀에 댄 청년이 양복바지를 고르다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매장 안의 잡음을 차단하기 위해 핸드폰을 귀에 붙이다시피 하고서. 옆에서는 20대 여성이 와이셔츠를 고르고 있었다. “아버지, 목 사이즈가 얼마지요?”
이들 젊은 남녀는 알고 보니 결혼을 2주 앞 둔 예비 신랑신부였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달라스를 찾아 온 한국의류 전문 패션 아울렛 메가 플러스의 특별 매장에서 신랑과 신부 아버지의 양복을 한꺼번에 고르고 있었다.
십대 후반의 아들과 아들 친구를 대동하고 양복 판매장을 찾은 부모는 파격 세일을 하고 있는 양복을 이것저것 아들에게 들어 보이며 가능하면 그곳에서 양복을 사라고 말했다. 양복 가격이 너무나 좋고, 아들에게 정말 양복을 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들은 함께 온 키가 크고 팔이 긴 친구가 팔 길이가 맞는 게 없다며 매장을 나가려 하자 같이 따라 나가려고 하던 참이었다. 학생의 아버지는 “너는 (양복이)맞으니까 너하고 나하고 한 벌씩 사면되잖아, 임마!”라고 말하는 것에서 이번에 양복을 꼭 사주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이 진하게 전해졌다. <최용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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