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로스탱이 쓴 ‘시라노 드 벨주락’이라는 소설이 있다. 소설의 주인공 시라노는 시인이며 파리 제일의 검객이었지만 코가 기형적으로 큰 추남이었다. 그는 록사느라는 처녀에게 사랑을 느꼈지만 자신의 얼굴에 자신감이 없어 고백을 못한 채 고민의 나날을 보낸다. 그런데 자기 친구인 크리스티앙이 또 록사느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는 친구에게 사랑을 양보한다. 시라노의 노력으로 크리스티앙은 마침내 록사느를 차지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먼 훗날 시라노가 병으로 죽게 되자 록사느는 자신에게 전달되었던 연애편지가 모두 시라노가 쓴 것임을 알게 된다.
시라노의 사랑은 일방적으로 주는 사랑이다. 상대방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내가 너에게 이만큼 주었으니까 나에게도 그만큼 다오”식의 바람이 없다. 그는 사랑하는 대상을 차지하려 않고 오히려 남에게 양보할 정도의 인내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까이해 실망하는 것보다 멀리 떨어져서 보는 것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남자다.
“남자는 심심하기 때문에 결혼하고 여자는 호기심 때문에 결혼한다. 그리고 둘이 다 실망한다”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다. 매력 있어 결혼했는데 살아보니 별 볼일 없는 사람이다. 남자에게는 힘이 매력이고 여자에게는 매력이 힘이다. 그러나 결혼하고 나면 매력의 신비스러움은 모두 증발해 버리고 추한 실체만 남는다.
007 제임스 본드는 정말 섹시하고 매력적이다. 그런데 만약 어느 여자가 제임스 본드와 결혼한다면 어떻게 될까. 행복할까. 그녀는 제임스 본드가 출장 가는 곳마다 호텔에 전화를 걸어 혼자 자는가를 체크하려고 할 것이다. 아니 체크할 수도 없다. 첩보원은 가족에게도 자신의 행선지를 알리지 못하기 때문에 부인은 의부증에 걸린 채 항상 노이로제 상태로 세월을 보내야 할 것이다.
남자의 매력이란 연애할 때와 결혼할 때 전혀 그 모습을 달리한다. 프랑크 시나트라, 어네스트 헤밍웨이, 피카소, 시인 바이론, 발렌티노 등 세상에서 가장 매력 있다고 하는 남성들의 일생이 어떤 모양을 그렸는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들은 자기 주변의 여성들을 모두 불행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피카소는 말년에 재클린 로크와 안락한 생활을 했으나 그가 죽은 후 피카소의 그림을 팔아 생활한다는 세상 소문에 재클린은 자존심이 상해 자살해 버리고 말았다. 피카소의 여인들은 모두 울거나 자살하는 것으로 일생을 마쳤다. 피카소의 그림에 우는 여인이 많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매력은 연애의 필요조건은 될지 모르나 결혼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연애와 사랑은 다르다. 연애는 정열을 수반하기 때문에 눈이 가려져 사람을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당신을 사랑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상대에게 반했을 뿐이다. 반한 것을 사랑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사랑은 하루 이틀 사이의 애정으로 만들어지는 열매가 아니다. 조개 속의 진주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야 모양이 형성되는 작품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매력을 기준으로 배우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보이는 것을 중시하는 판단기준이다. 인간의 됨됨이나 가치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너무 매력에 매달리지 말라 - 밸런타인스 데이에 젊은이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다.
clee@koreatimes.com
<이 철>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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